나를 위로하다 897 단순한 아름다움
라벨의 '볼레로'
요즘 초록에 꽂혔어요
햇볕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조그만 장미허브 화분이 하나 있거든요
쌉싸름한 향기가 매력적인 장미허브는
도톰한 초록잎들이 보송보송
앙증맞고 싱그러워요
다육식물과 허브의 중간이라는데
다육이는 줄기나 잎에 물을 머금는 식물이고
허브는 향과 맛이 나는 식물이랍니다
햇살을 좋아하는 장미허브는
초록잎이 장미꽃을 닮아서
이름이 장미허브인가 봐요
손끝으로 살짝 스치면
답으로 쌉싸래한 향기를 건네며
순둥순둥 잘 자란답니다
꽃말도 사랑스러워요
'나의 마음은 그대만이 아네'
동그란 초록잎의
크고 작은 반복이 참 단순합니다
단순하지만 바라보면 눈이 즐겁고
마음이 파릇파릇 싱그러워집니다
라벨의 '볼레로'도 그래요
듣노라면 참 단순한 반복입니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게 되고
마음도 함께 젖어드는 음악이죠
초록 장미허브를 눈으로 어루만지고
귀로는 '볼레로'를 듣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리듬을 맞추며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혼자 피식 웃죠
이건 춤이 아니라 끄덕임이야
감성이고 공감이고 공유지
혼자 중얼거리며 또 까닥거리는
나란 사람 참~^^
볼레로는 스페인 춤곡이라죠
캐스터네츠의 반주에 따르는
스페인 춤곡이랍니다
아하~ 프랑스 음악가인 라벨은
어머니가 스페인계였답니다
라벨에게 스페인 감성이 흐르고 있었군요
스페인 색채가 강한 광시곡과 오페라 등을
작곡했는데 '볼레로'도 그렇답니다
그러나 스페인 춤이 아닌
발레를 위한 곡이라고 해요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발레리나
이다 루빈슈타인에게 의뢰를 받아
무대 공연을 위한 발레 음악으로 만들었는데
탁자 위에서 무용수가
홀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다가
리듬이 고조되면서 춤도 따라 격해지며
바라보던 사람들까지 동화되어
함께 춤을 추는 내용이라고 해요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의
마지막 장면에서 '볼레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원래는 발레 음악이지만
관현악곡으로 많이 연주되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는
마지막 몇 마디를 남겨두고는
작은북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두드려대는 리듬 위로
두 가닥의 선율이 악기를 바꿔가며
자그마치 18번이나 반복이 된답니다
소리가 점점 부풀어 오르면서
플루트를 시작으로 클라리넷 파곳
오보에 트럼펫 호른 트롬본 등이
돌아가며 연주를 한답니다
리듬이 반복되는 단조로움에
은근히 긴장감이 더해지는데요
처음에는 속삭이듯이 조그맣게 시작했다가
악기 소리들이 모아지며 점점 커지고
나중에는 뻥튀기처럼 빵 터지면서
한순간 허무하게 끝나버리죠
기발하고 독특한 춤곡으로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사삭 깨뜨린 곡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라벨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는 단 하나의 걸작만을 썼다
그것이 '볼레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곡에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으나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이
의외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단순함이 주는 여유와
아름다움 때문 아닐까요?
장미허브의 초록잎들이
동글동글 피고 또 피어나는
단순 반복 속에서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향기 그윽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