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81 초록빛 감성 향기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들릴 듯 말 듯 단조로운 숨소리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집주인 도련님의 친구와
사랑하게 되는 무이의 이야기죠
'우리 집 정원에는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파파야 나무가 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옅은 노랑이고
달콤한 설탕 맛이다'
로맨틱한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책을 읽는
차분한 무이(트란 누 엔케)의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소녀 무이(만 상 루)가 열 살 어린 나이에
부유한 집의 하녀로 들어갑니다
소녀 무이가 어른 무이보다
훨~ 사랑스러워요
세상을 알지 못하는 영롱한 눈빛이
호기심의 별처럼 반짝 빛납니다
주인마님은 몇 년 전 무이 또래의 딸을
가슴에 묻은 핏빛 아픔이 있어요
게다가 방랑벽에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안타까움까지
피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마님 곁에서 어느덧
스무 살이 된 무이는
마님의 큰아들 트렁의 친구
쿠엔(호아 호이 뷰옹)의 집으로 가게 되죠
가세가 형편없이 기울어
더는 무이를 곁에 둘 수 없는 마님은
딸을 보내듯 옷과 패물을 챙겨
애틋한 눈길로 떠나보냅니다
무이는 다소곳한 성격이라
트렁의 친구 쿠엔을 사모하는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림자인 듯
시냇물 잔잔히 흐르듯 소소한 행동으로 드러내며
우렁각시처럼 말없이 집안일을 합니다
영화 속 무이의 사랑은
소란스러운 대사가 아닌
아름다운 영상으로 채워집니다
사랑을 말하기보다 그림자처럼 보여주고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등 뒤에 머무르는
우렁각시 사랑입니다
피아노 소리가 감미롭고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 등
자연과 일상의 소리들이 정답고
파파야 딸 때 나는 소리가 싱그럽습니다
작곡가인 쿠엔은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며 지내는데
소란스러운 약혼녀가 가끔 찾아오죠
무이는 그녀의 금빛 샌들을 살짝 건드려보거나
그녀의 립스틱을 발라보기도 해요
무이가 쿠엔을 위해 밥상을 차릴 때도 흐르고
무이가 금빛 샌들을 발끝으로 살짝 건드릴 때도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드뷔시의 '달빛'은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의 시
'달빛'에서 영감을 받았답니다
아름답고도 슬픈 달빛을
음표로 그려낸 거죠
1951년 사이공이 배경이지만
영화는 프랑스 세트장에서
촬영이 되었답니다
미세먼지 드센 날 집콕하며
드뷔시의 '달빛'에 귀 기울이고
그린파파야 향기를 상상해 봅니다
초록빛 감성 향기가 달콤하게 밀려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