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25 괜찮을 거야

영화 '에브리띵 윌 비 파인'

by eunring

괜찮다고 자꾸 말하고 싶은

길모퉁이를 서성이는 시간들입니다

'모든 것이 괜찮을 거야'라는

영화 제목이 좋아서 보기 시작합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정말 모든 것이 괜찮을까요?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이라는

영화 제목 못지않게 사라 역의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가 좋아서라는

이유를 하나 더 붙여봅니다

영화 속 그녀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그녀가 내미는 위로의 손길은 안쓰러워요


'당신처럼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은 없었다'라고

토마스(제임스 프랑코)의 뺨을 매섭게 때려요

그녀 역시 토마스로부터 배신이라는

뼈아픈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인생이란

때로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뺨을 아프게 후려지는

매서운 순간들이 있어요


작가인 토마스에게도

인생은 상냥하지 않아요

눈보라 속에서 사라에게 가다가

느닷없이 뜻밖의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일으킨 거지만

그로서는 두고두고 죄책감을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사고를 당한 셈이 됩니다

헤어날 수 없는 죄책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거든요


사랑하는 토마스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그의 상처를 말없이 끌어안으며

그가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왔지만

4년 전 겨울 어느 눈 내리던 날

뜻밖에 맞닥뜨린 토마스의 비극적인 사고로

토마스는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피하듯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되죠

그렇게 그들의 인생은 엇갈립니다


토마스나 사라보다도

더 큰 상처를 끌어안은

케이트(샤르로뜨 갱스부르)는

비극적인 사고가 나던 바로 그날

재미나게 읽고 있던 책에 몰입하느라

늦게까지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이지 않아

어린 자식을 잃고 피폐해집니다


함께 눈썰매를 타다가

눈앞에서 동생 니콜라스의 사고를 겪은

5살 소년 크리스토퍼는

혼란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깊숙한 트라우마를 안고 자랍니다


영화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서

비극적인 사고 이후 11 년 동안을

징검다리 건너뛰듯

성큼 걸음으로 보여줍니다


토마스와 사라

그리고 케이트와 크리스토퍼

그들의 변화된 상황과 관계와

미묘한 심리를 따라가며

관객 스스로 느끼고 헤아리고

유추하며 곰곰 생각해보라는

다만 보여줄 뿐이죠


어쨌거나 인생의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감당하는 건 각자의 몫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던져주지만 답은 스스로 찾아가라며

서두르거나 재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주는 영화 같기도 해요


누구나 뜻밖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누구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수 있으며

입장에 따라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고

비겁하게 뒷걸음질을 치기도 하면서

용서하고 화해를 나누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눈밭에 찍힌 발자국은

눈이 녹으면 사르르 사라지지만

과거 속에 남은 상처의 발자국은

세월이 훌쩍 지난 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거니까요


토마스를 연기한 제임스 프랑코는

이렇게 말했다죠

'이 영화의 좋은 점은

단 하나의 답을 강요하지 않아요

바로 이게 중요한 거라고~

말할 만한 부분이 정말 없어요

과정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죠'


대사도 많지 않고

설명도 없고 답도 없으니

조금은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괜찮을 거야~

가만가만 속삭여봅니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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