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46 행복을 꿈꾸는 캔버스
영화 '아메리칸 셰프'
누구에게나 하얀 캔버스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고
누구에게나 꿈이 있는 건 아니겠죠
꿈을 꾼다고 다 이뤄지는 것도
물론 아니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고 또 잘하는 일
내가 행복한 일을 제대로 찾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 있고
즐겁게 그 일을 하며 성공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는
그런 사람이 나옵니다
영화 속 남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보는 동안 덩달아 행복해져요
맛있는 샌드위치에
신나는 음악이 곁들여지고
푸드트럭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도 보기 좋거든요
칼 캐스퍼 셰프(존 파브로)는
요리를 진심 사랑합니다
지금은 이혼한 전 아내 이네즈의
전 남편(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얻게 된
완전 엉망진창 상태인 푸드트럭은
그의 꿈을 그려나갈 하얀 캔버스가 됩니다
늘 바빠서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아들 퍼시와 함께
부지런히 트럭을 닦아내는 모습에서부터
행복 예감이 톡톡 재미나게 터져 나와요
물론 행복을 꿈꾸는 하얀 캔버스
푸드트럭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죠
그는 이미 유명한 셰프지만
메뉴 결정권이 없는 그는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마음대로 내어놓지는 못합니다
음식 평론가 램지 미첼(올리버 플랫)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요리 대신
리바 사장(더스틴 호프만)이 원하는
평범한 요리를 내놓게 되고
무지막지한 혹평으로 상처를 받게 되죠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뭔가를 함께 하며 대화하는 게 좋다는
아들 퍼시에게 트위터를 배우는 칼 셰프는
셰프이기 전에 아들바보 아빠입니다
엄마와 이혼한 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진 거라는
아빠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진 난만 열 살 소년 퍼시지만
SNS만큼은 아빠의 대선배이고 사부인 셈이죠
'칼 캐스퍼의 몰락'이라는
음식평론가 램지 미첼의 글에
'낯짝으로 요리를 뭉개는데
맛을 알리가~'라는 개인적인 쪽지를
트위터 잘알못 칼 셰프가 공개적으로 보내버리자
하룻밤 사이에 팔로워가 1653명으로 늘어나
인터넷 핫이슈로 떠오르고
칼 셰프는 공개적으로 램지를 다시 초대합니다
레스토랑은 만석이지만
자신의 레스토랑이니 자신의 요리라며
메뉴를 바꾸지 못하게 고집하는
리바 사장과의 갈등으로 칼 셰프는
레스토랑을 박차고 나와버리죠
램지는 자신이 혹평했던 음식과 마주 앉아
칼 셰프의 소심함이라는 혹평을 연거푸 쏟아내고
쫓아온 칼 셰프가 램지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인터넷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
더욱 유명해지지만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됩니다
'앞이 막막하고
늘 다음이 있었는데 이대로 끝나니까
길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칼 셰프에게
출발점으로 좋지 않느냐는
레스토랑 매니저 몰리(스칼렛 요한슨)의 말이
따뜻하고 힘이 납니다
스칼렛 요한슨 예쁘고 멋진데
똑 떨어진 말솜씨까지 갖추었네요
우여곡절 끝에 푸드트럭을 얻게 되어
아빠와 아들은 사이좋게 푸드트럭을 청소하고
푸드트럭에 필요한 장비를 사면서
아빠는 아들에게 셰프 나이프를 선물하며
받을 자격이 있다고 격려하죠
철부지 소년 퍼시는 우쭐해지지만
셰프로서의 아빠는 엄격합니다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자신의 요리를 사랑하며 행복하다는
아빠 셰프에게 이번에는 아들이
한 수 배우죠
'난 내 일을 사랑해
내 인생의 좋은 일들은
다 이 일 덕분에 생겼어'라는
진지한 아빠의 말을
아들은 두고두고 생각하며
셰프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퍼시는 셰프의 아들답게
디즈니랜드보다도 뉴올리언스 베네를 원해서
푸드트럭 부주방장 마틴도 감탄합니다
'보통은 뉴올리언스에서
재즈나 부두를 생각하는데 도넛이라니'
카페 드 몽드에서 인생 베네를 먹고
푸드트럭으로 돌아오자
기다리는 손님 줄이 장난이 아닙니다
아들 퍼시가 칼 셰프 계정으로
위치를 공유해서 지도에 뜨도록 한 거죠
SNS의 힘이란~
SNS에 즐겁고 신나는 순간들을 올리며
뉴올리언스에서 텍사스
텍사스를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아빠와 아들의 샌드위치 푸드트럭 여행이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하게 그려집니다
인터넷의 날개 달고 승승장구
푸드트럭은 샌드위치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들르는 곳마다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램지까지 찾아와 극찬하며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죠
그야말로 인생의 역전이고 대반전입니다
물론 영화니까요~^^
여름이 끝나고 아들 퍼시의 방학도 끝나
이제는 아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어
아무도 그걸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순 없지
우리가 함께 경험했던 것들 말이야 그지?'
멋진 셰프이기 이전에 참 다정한 아빠입니다
아들이 매일 찍은 1초 찍
1초씩 찍은 동양상 모음을 보면서
아들 퍼시와 함께 한 푸드트럭의 추억에
울컥하는 셰프의 모습이 뭉클합니다
해피엔딩이니 덩달아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한 영화를 보고 나니
칼 셰프와 사랑스러운 소년 퍼시가 만든
쿠바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요
햄 두 장에 치즈 두 장 달걀 프라이에
머스터드소스 바르고 버터 듬뿍 그릴에 구워내면
빵 노릇노릇 치즈 녹아 촤르륵~
그러나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니
오곡밥에 피땅콩으로 대신합니다
밤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뜨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봐야죠
앞이 막막하고 끝이 난 것만 같을 때가
출발점으로 좋다는 말을 기억하며
해피엔딩 영화 '아메리칸 셰프'처럼
인생도 해피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