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47 너무나 달콤한 고통이기에
몬테베르디 '달콤한 고통'
봄이 성큼 와 버린 오후
따가운 햇살을 받아 안으며
나른한 졸음에 빠져들다가
반짝 눈이 떠집니다
달콤한 고통이라니
인생을 향한 하소연일까요?
노래 가사에 귀를 기울여보니
쓰라린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군요
그렇죠 세상 고통 중에 달콤한 고통이라면
사랑의 고통 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버지로 불리며
바로크 음악의 문을 연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작품집
'음악의 유희'에 실려 있는
아픈 사랑 노래랍니다
독하게 실연당한 한 남자의 탄식과
가슴 절절한 하소연이 담긴 노래라는데요
슬프다 못해 처연하고
아픔에 겨운 가슴 먹먹함이
상처 입은 산새의 울음소리처럼
안타깝고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몬테베르디는 르네상스 후기에 태어나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바로크 전기에 주로 활동한 음악가랍니다
오페라와 종교음악 등 다양한 작곡을 하며
오페라 '오르페오'로 당대에 명성을 떨쳤으나
젊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 클라우디아를 잃고
자신도 과로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다가
늦은 나이에 사제 서품을 받고
사제가 되었다고 해요
'내 마음 훔쳐간 그녀의 독한 마음이
내 열망을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마음의 고통마저도 내겐 달콤하기에
그녀가 아무리 잔인해도 난 행복하네
희망은 나를 외면하고
기쁨과 만족도 나를 피하가지만
그녀가 주는 친절과 위로조차 없을지라도
끝없는 고통과 부질없는 희망을 안고서
나는 살아가리라
그녀가 내게 연민을 갖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그녀도 나로 인해 한숨지으며
슬퍼할 날이 오리니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으리'
듣다 보니 내 귀에는
핑하니 돌아선 매정한 연인과도 같은
인생을 향한 슬픈 노래로 들립니다
가혹한 운명의 여신을 향한
깊은 한숨이 섞인 하소연 같아요
비록 버림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씁쓸하고도 달콤한 탄식입니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를 연결해주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음악 개혁가
몬테베르디는 가사의 전달을 중시하며
불협화음을 자유로이 사용한 작곡가라는데
제목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어를
가지치기라도 하듯이
과감히 생략해 버렸어요
'사랑은 달콤한 고통'에서
사랑을 거침없이 뚝 떨쳐낸 건
달콤한 사랑으로 인해 끌어안은 고통이
달콤한 만큼 고통스럽기 때문이었을까요?
사랑의 내리막길을 걸어내려 가듯이
차분히 한 음씩 내려가는 선율로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애달프고 애절하게 노래하는
'달콤한 고통'을 들으며
봄이 오는 길목을 서성입니다
어찌 사랑뿐이겠어요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새 순이 돋아나는 것도
아~절로 깊은 한숨 터지는
달콤한 고통이고 탄식입니다
해마다 피어나는 꽃들의 인생도
슬픔과 아픔을 참아가며
하루 또 하루 살아가는 사람의 인생도
너무나 달콤한 고통이기에
부질없는 희망을 안고
피고 또 살아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