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77 기억의 쫄깃함과 추억의 달달함
커피 친구 단팥 도넛
쫄깃함 속에 달달한 팥소가 가득한
단팥 도넛을 어릴 적에 좋아했어요
엄마 따라 시장에 가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에 스며드는
찹쌀도넛 가게가 있었는데요
배배 꼬인 꽈배기랑
동그란 단팥 도넛을 튀겨 내어
새하얀 설탕 옷을 솔솔 입혀놓으면
눈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달달해졌죠
어릴 적에는 설탕 옷 듬뿍 입힌
단팥 도넛이 좋았어요
입가에도 설탕을 묻혀가며
한 입 쫄깃함에 또 한 입 달달함에
행복이 1+1으로 안겨들었거든요
기억의 쫄깃함과
추억의 달달함이 그리울 때
시장 골목에 있는 서울꽈배기집에 가서
리본 모양의 찹쌀 꽈배기와
단팥 도넛을 몇 개 사다가
쫄깃한 꽈배기 먼저 우유와 먹고
단팥 도넛은 다음 날 커피랑 먹습니다
에어프라이어에 5분 구워 내면
겉은 바삭하면서도 쫄깃하고
팥소는 따뜻하고도 달콤한
커피 친구가 됩니다
커피와 함께 단팥 도넛 한 조각에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마음까지도
동글 둥글 편안해지는 건
쫄깃한 기억 옆
달달한 추억 덕분이겠죠
선명한 흑백사진 한 장처럼
똑 떨어진 기억이 시리게 남아
가슴 저리고 아픈 인생이기도 하지만
적당히 빛이 바랜 추억들이
팥소처럼 두루뭉술 뭉개지기도 해서
돌아보면 대충 달콤 비슷해지는
기분 덕분에 웃게 됩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또 웃는 것이 인생인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설탕 옷 입힌 찹쌀도넛을 먹을 때처럼
인생이 달콤한 것인 줄만 알았으니까요
참 철없던 그때 그 시절도
문득 그립습니다
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