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75 엄마와 나와 찔레꽃
천년만년 살고지고
엄마 눈에 훤히 보이시라고
A4 용지에 매직펜으로 큼지막하게
'찔레꽃' 노래 가사를 써 드렸어요
나의 '찔레꽃'은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찔레꽃 하얀 꽃잎을 먹어보지 않았으나
이연실의 찔레꽃이 내 찔레꽃인데요
울 엄마의 '찔레꽃'은 백난아의 찔레꽃이죠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의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엄마 눈 즐거우시라고
노래 가사에 나오는 초가삼간을
종이 여백에 그려놓았더니
'찔레꽃' 노래를 다 부르시고 나면
엄마가 습관처럼 손으로
초가집 그림을 가리키며 호호 웃으십니다
귀여운 초가집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리고는 이어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전래동요를 노래하시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초가삼간 집을 짓고
천년만년 살고 싶으시냐 여쭈면
배시시 웃다가 이렇게 답하십니다
'사람이 백 년도 못 사는데
천년만년이라니~'
향기로운 찔레꽃이
우르르 피어나는 봄날이
금방 창밖에 가득 밀려오겠죠
엄마의 찔레꽃은 백난아의 찔레꽃이고
내 찔레꽃은 이연실의 찔레꽃이지만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엄마 노래도 되고
내 노래도 되니 다행입니다
천년만년은커녕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이라도
순하고 부드럽고 고운
봄날의 꽃들이 햇살 듬뿍 안고
줄지어 웃어주니 행복합니다
어릴 적 울 할머니가
구성진 목소리로 부르시던
'아리랑' 노래가 생각나서 혼자 웃어요
'우리네 인생 짧다고 해도
이어지면 천년이요 손잡으면 만년이라'
그렇군요~
인연이 닿으면 천년이고
다정히 친구 맺으면
만년이라는 노래도 있으니
내 맘대로 편하게 생각하렵니다
비록 서로 다른 찔레꽃이라도
엄마랑 나랑 찔레꽃이랑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