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89 어쩌다 쑥국새
봄타령 새타령
아침이 활짝 열리면
유난히 반가운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새들이 있어요
새는 울어도 눈물 보기 어렵다는데
가만 귀 기울여 들어보면 운다기보다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지저귀며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전깃줄에 홀로 앉아서
어느 날은 건너편 지붕 꼭대기에 앉아서
또 어느 날은 나뭇가지를 헤집고 날아다니며
아침 인사를 나누는 새들의 소리가
때로는 경쾌하고 가끔은 울적하고
어느 때는 구슬프게 들리기도 합니다
엄마 안녕?이라고
새들이 인사한다고 하면
엄마가 반갑게 웃으시는데요
무슨 새일까? 여쭈어 보면
'저 산 꾀꼬리 꾀꼴
이 산 쑥국새 쑥국'
봄타령이라는 노래 한 구절을
흥얼거리십니다
'산천 초목이 울긋불긋
청춘 홍안이 싱긋벙긋'으로
시작하는 봄타령의 가사가 재미나요
'앵화 도화가 봉울봉울
온갖 잡새 닐아든다'
봄타령을 흥얼거리시는 엄마랑
새 이름을 이어서 말해 보자고 했다가
쑥국 쑥국 쑥국새에서 멈추고
쑥국새가 어떤 새인지 궁금해서 찾아봅니다
쑥국새는 산비둘기의 방언이랍니다
봄날 쑥의 새 순이 날 즈음
지~ 지~ 쑤욱국~ 구슬피 울어
쑥국새라고 부른답니다
며느리가 아기를 낳았는데
밉다고 미역국 대신 쑥국만 끓여주어
몸조리를 제대로 못해 죽은 며느리가
쑥국새가 되어 쑥국쑤욱국 울어댄다는
서글픈 쑥국새의 전설이
채만식의 단편 '쑥국새'에 나오죠
봄타령 새타령이 쑥국새에서 머무르고
안타까운 쑥국새의 전설이 안쓰럽던 참인데
살림 마트에 갔더니 마침 쑥이 눈에 띄어
무얼 어쩌겠다는 생각도 없이
그야말로 무계획 감성으로
덥석 한 봉지 사 들고 왔습니다
씁쓰름하면서도 상큼한 쑥 향기
손끝에 묻혀가며 다듬고 씻어 두고
잠시 바라보며 무얼 할까 궁리하다가
오늘 저녁은 쑥국을 끓이기로 합니다
어쩌다 쑥국새를 만나
어쩌다 쑥향기의 감성으로 풋풋해지고
그러다 쑥국~쑤욱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