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희망하다 85 사랑의 무늬

사랑에는 무늬가 있다

by eunring

사랑이 없으면 두렵지도 않을 거야

사랑이 있으니 두려운 거지

사랑이 없으면 아쉽지도 않아

사랑 때문에 아쉬운 거야

사랑이 아니라면 밋밋한 길이

사랑으로 인해 바람 불고

사랑으로 인해 파도치고

사랑을 끌어안고 눈물 흘리며

사랑을 부여잡고 애태우는 거지

사랑을 지키려고 안간힘 쓰는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지

사랑이 없으면 무늬 없는 비단처럼

의미 없는 빛으로 저 혼자 빛나며

깊이 없이 마냥 곱기만 하지

상처가 없으니 아픔도 없고

속앓이를 모르니 덜 익은 생 속이라

다만 예쁠 뿐 아름답지는 않아

상처 하나 없이 고울 뿐

마음 기댈 여지가 없지


투박한 무명 수건이라도

사랑의 무늬가 새겨지면

아픔만큼 속 깊은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볼수록 곱고 만질수록 애틋한 거야

상처로 구멍 나고

구멍마다 바람 스미듯

마음도 잔잔히 스며들 수 있는 거야

사랑을 위해 헤매던 길만큼 고단하지만

고단한 길에 연이어 이어지는

진심 어린 길도 찾아갈 수 있는 거지

길을 모르는 사람보다 더 멀리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는 거야


사랑에는 무늬가 있는 거지

세차게 끌어안은 바람의 수만큼

부딪쳐 깨진 상처의 깊이만큼

방울져 흐른 눈물의 짠맛만큼

무늬가 그려지고 새겨지는 것이라

무늬의 나이테만큼 쓰라리고

겹겹이 물결이 진 흔적으로 인해

아프고 시리고 아름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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