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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06 목련의 시간

일탈의 심리

by eunring

기다림에 지쳤던 걸까요

4월 중순 무렵 초록 잎보다 먼저

새하얀 꽃이 피어나는 목련이

어느새 꽃망울을 톡톡 터트립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는 노랫말로

'사월의 노래'에 나오는 옥련이

4월이 오기도 전에 부풀어올라

새하얀 소망과도 같은 꽃봉오리들이

그리움의 날갯짓이라도 하듯이

조르르 맺힌 모습이 곱고도 순수합니다


지인의 뜨락에 한가득

봄 그늘을 드리우던 목련나무가 생각나고

목련꽃차를 곱고도 향기롭게 만들어 주던

목련꽃 같은 친구님의 얼굴도 몽실몽실

뽀얀 그리움으로 피어납니다


티 없이 하얀 얼굴로 봄을 알리며

나무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이라 목련(木蓮)이고

연못이 없는 절에서는 연꽃 대신 목련을 심어

향불화(向佛花)라 부른다고 하죠


겨울 꽃눈이 붓을 닮아

목필화(木筆花)라는 선비스러운 이름도 있고

꽃이 머금은 향이 진하고 고와서

나무에 피는 향기로운 난초라는 의미로

목란(木蘭)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아시나요?

새하얀 그리움으로 영롱하게 맺힌

목련 송이송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곳을 바라보며 피어난다는 것을요


목련 꽃봉오리들이 다소곳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모으고 있는데

그 방향은 북쪽이랍니다

그리움이 사무친 북쪽을 향해

꽃망울들이 머리를 향하는 모습이라

북향화(北向花)라는 애칭도 가졌대요


그런데요~

북쪽으로 머리를 두는 이유는

바로 햇볕 때문이랍니다

목련의 꽃눈이 제법 탓에

따스한 남쪽 햇볕을

더 많이 받고 자란 꽃봉오리들이

북쪽 방향으로 휘어지기 때문이랍니다


목련의 꽃말이 '고귀함'이듯

목련꽃을 발돋움하여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맺힌 그리움도

망울망울 고귀합니다


봄비에 뚝뚝 떨어진 목련 꽃잎들이

가지런히 피어난 모습과 다르게

덜 곱고 소란스러운 모습이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하며 다독이고

다정히 어루만져 주기로 합니다

모든 피어남이 고귀하다면

지고 떨어짐 역시 고귀하니까요


피어날 때 참고 견딘 눈물

꽁꽁 묻어두었던 아픔의 소리들이

바람에 흩어지며 나부끼는 아우성이니까요

누구라도 한 번은 그렇게 흐트러질 수 있고

그래서 편해진다면 탓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도 사랑이 아닐까요


누구라도 한 번은

그렇게 풀어지고 싶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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