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9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
슈만 '안단테 칸타빌레'
봄비 소식을 끌어안은
누름 가득 창밖 하늘을 내다보다가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습니다
'안단테 칸타빌레'라면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 1번 2악장의 우울하면서도
우아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먼저 떠오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누이동생 집에서
잠시 지낼 때 페치카 수리공이 부르는
우크라이나 민요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아름답고 멜랑꼴리한 선율을 듣고
대문호 톨스토이도 눈물 머금었다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감동적이어서
많은 이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곡이죠
오늘처럼 잿빛으로 울적한 날에는
차이코프스키의 멜랑꼴리한 선율 대신
슈만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습니다
슈만의 '안단테 칸타빌레'도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와
어깨를 나란히 두어도 될 만큼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달콤하니까요
안단테는 악보에서 느리게 연주하라는 거죠
이탈리아어 '걷다'에서 온 음악 용어로
'걸어가듯이' '적당히 느리게'를 의미하는데
고전적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 악장인
제2악장을 가리키기도 한답니다
칸타빌레는 '노래하듯이'라는 의미로
표정을 풍부하게 담아 아름답게 흐르듯이
연주하라는 뜻이랍니다
가곡이나 선율 노래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칸토'의 형용사쯤 된다고 해요
슈만의 '안단테 칸타빌레'라 불리는
피아노 4중주 Op.47 3악장은
애틋한 그리움으로 일렁이는
사랑의 속삭임입니다
보드레한 사랑을 고백하듯이
감미로운 첼로의 선율이 앞장서고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곁을 스치고 지나
다시 첼로가 마무리하는
잔잔한 사랑의 기쁨에는
애잔한 슬픔이 별빛처럼 어우러져
영롱하게 빛이 납니다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처럼
유려하고 감미롭게 흐르는 선율 속에
지금 당장은 기쁨이고 행복이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 모두가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예감을 동반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차이코프스키와 슈만
두 작곡가의 서로 다른
'안단테 칸타빌레'를 듣다 보면
달콤한 사랑도 슬픔이고
아름다운 예술도 아픔이고
인생도 쓰디쓴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의 기쁨 속에 눈물이 반짝이고
예술의 고통 속에 위안이 숨어있듯이
인생의 슬픔도 '안단테 칸타빌레'
천천히 노래하듯이
희망과 사랑이 걸음걸음 함께 하기를~
빗물 머금은 봄날의 하루가
오늘도 평온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