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8 분홍 봄길 노랑꽃길
버찌가 익을 무렵
벚꽃은 연분홍 볼에
발그레한 수줍음으로 맺혀 있고
개나리는 노랑노랑 고운 미소 머금고
내가 지나는 길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벚꽃의 꽃말은 순결한 절세미인
개나리는 희망이라는 꽃말을 가졌으니
아름답고 순수한 미인들과 함께 하는
사랑과 희망의 꽃길입니다
축하의 말을 건넬 때
꽃길만 걸으라고 하죠
고단한 인생살이에
어찌 꽃길만 걸을 수 있겠어요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도 걷고
발을 적시며 젖은 길도 걸어야 하지만
눈부신 봄날에는 잠시 잠깐이라도
아름다운 미인의 마중을 받으며
희망의 꽃길을 걸어 봐야죠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꼬까신이라는 동요가 생각나고
봄볕 내려앉는 겨울 신발이 투박해 보여서
가볍고 산뜻한 봄맞이 신발이라도 하나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뒤를 이어요
동요에 나오듯이
꼬까신 사알짝 벗어두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가는
꿈이라도 꾸어보는 봄날이
눈부시게 여물어갑니다
벚꽃 망울 터지자마자
벚나무 열매 버찌를 생각하는 건
너무 성급하지만
벚꽃 피어나는 꽃길을 지나자니
'버찌가 익을 무렵'이 떠오릅니다
이브 몽땅의 노래도 좋고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도 좋고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의 노래로도
벚나무 아래서 듣기 좋은
오래된 샹송인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에서 카페 아드리아노의
여주인 지나가 부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일본 가수 가토 도키코의 음성이랍니다
'버찌가 익을 무렵이면
종달새의 지저귐은 더욱 유쾌하지
그러나 버찌의 계절은 짧아
둘이서 사이좋게 꿈을 꾸듯이
버찌를 따러 가는 계절은
너무도 짧아'
그렇군요
아직 오지도 않은
버찌의 계절이 짧듯이
분홍 노랑 봄날도 짧고
사랑도 인생도 꿈처럼 짧기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