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8 눈물 날 때까지 웃기
영화 '버킷 리스트'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1인이지만
마음 찌르르한 감성 엔딩도 괜찮습니다
쓸쓸하지만 장엄하고
아름답고 감성적인 엔딩이 좋아서
다시 보는 영화 '버킷 리스트'
집콕하며 전에 본 영화를 보고
또다시 보는 것도 그 나름 괜찮습니다
그때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장면들이 처음인 듯 눈에 들어오고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볼 때마다 새삼 느끼게 되니까요
영화 덕분에 한때 유행했던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목록이라 쓰고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는 의미로
읽으면 되는 거죠
황금손 에드워드(잭 니콜슨)와
기름손 카터(모건 프리먼)의
노란 메모지 속 버킷 리스트
삶의 기쁨 찾기 여행에
다시 함께합니다
고급 커피 루왁과
인스턴트커피 깡통이 등장하고
루왁 커피를 마시는 에드워드와
인스턴트커피 깡통에 익숙한 카터
커피 취향까지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특별한 버킷 리스트 실현을 위한
짤막한 인생 여행을 통해
진정한 친구가 되는 모습이
다시 보아도 신선합니다
에드워드가 병원에 들어가며 들고 간
고급 커피 루왁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루왁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요
영화에서는 루왁 커피가
눈물 나는 웃음을 주니
그것으로 충분하죠
크루아상과 잘 익은 바나나 사 오라고
비서 토마스에게 까칠하게 괴팍을 떠는
자수성가 백만장자 사업가 에드워드와
평생 정비사로 일하며 가정을 돌보아온
가난한 카터가 한 병실에서 만나게 되는
엇박자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모르는 사람 돕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장엄한 풍경 보기 등
우연히 카터의 버킷 리스트를 보게 된
에드워드가 둘이 함께 해 보자고 제안하죠
'우린 할 수 있어
돈은 차고 넘치니까 돈 걱정은 마'
백만장자다운 제안입니다
'늦지 않았어 돈이 무슨 소용?
연민과 슬픔에 질식하지 말고
기회를 붙잡아'
진짜 기회가 왔다니
시한부가 기회라니~
어이없다는 카터에게
에드워드는 연거푸 말합니다
가망 없는 기적을 바라느니
뭐라도 하나씩 해보자고요
병원을 옮기자는 아내 버지니아에게
45년을 자동차 고치고 기름때 묻혀가며
정비사로 일했으니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카터는 잠시 떠나겠다고 말하죠
그렇게 시작한 두 사람은 하늘에 몸을 맡기는
스카이다이빙부터 멋지게 시작합니다
두 번째 아내를 속편이라 부르는
에드워드 개 웃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적막한 북극 하늘을 내다보며
별은 신의 선물이라는 카터에게
에드워드가 중얼거리듯 물어요
'과연 다음 세상이 존재할까?'
그냥 살다가 죽는다는 에드워드를
굳이 설득하지 않으며
카터는 그냥 믿는다고 하죠
창밖 저녁놀이 아름다운 프랑스 식당에서
캐비어를 먹으며 이 식당에 30년을 다녔지만
남자랑 처음 왔다는 에드워드가
딸 에밀리아 얘기를 하며 이제는 안 만난다고 하자
카터가 버킷리스트에 '딸 만나기'라고 쓰는데
에드워드기 쓱싹 지워 버립니다
사냥 대신 동물들을 바라보며
신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사막 한복판에 우뚝 선 피라미드를 보며
장엄한 풍경 보기까지 1+1 미션을 수행하면서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에드워드에게 카터는
누구나 천국의 문 앞에서
받게 된다는 두 질문을 던집니다
'삶의 즐거움을 찾았나'
'자신의 삶이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었나'
카터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딸 얘기를 하는 에드워드는
결혼 반대했더니 초대도 안 하고 결혼했다며
딸이 날 미워해서 천국에 못 가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인도 타지마할 궁전 이야기에
'나의 친구 레이'라고 부르며
매장은 밀실 공포증 때문에 곤란하고
화장하면 유골은 어디에 두며
불에 태울 때 뜨거우면 어쩌냐고
에드워드가 농담인 듯 하소연하자
카터가 쿨하게 말합니다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은 커피 깡통에 담아
전망 좋은 곳에 묻으라 하겠다고요
중국 만리장성을 거쳐
히말라야에 오르기 위해 티베트까지 갔으나
토마스가 나쁜 소식과 더 나쁜 소식을 들고 옵니다 나쁜 소식은 폭풍 때문에 히말라야는 무리
더 나쁜 소식은 내년 봄에나 날이 갠다고 하죠
이제 됐다고 산이 말한다며
내년 봄을 기약하자는 에드워드는
홍콩으로 가서 실크 양복을 맞추고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제안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말없는 두 사람은 각자의 상념에 빠져들고
카터가 에드워드를 딸의 집 앞으로 데려가지만
버럭 화를 내며 에드워드는 혼자 가버립니다
집에 돌아온 카터를 맞이하는
가족들과 함께 시끌벅적 저녁을 먹고
카터가 쓰러지는 순간
넓은 집안에 다만 혼자인 에드워드는
저녁을 먹으려다 말고 쓸쓸하게 눈물방울 툭~
위독한 카터를 만나러 온 에드워드에게
환자식 완두콩 수프가 여전히 엉망이라며
그 귀한 커피 아직도 마시냐고 카터가 물어요
고급 커피 루왁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양이 배설물을 마셨다고 눈물 나게 웃으며 에드워드는 버킷리스트에서
'눈물 나게 웃기'를 지우는데
이제 더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카터가 힘없이 중얼거립니다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담아
카터가 전한 편지에는
고마움을 받았으나 갚을 수 없으니
삶의 기쁨을 찾으라는 부탁이 담겨 있어요
카터의 부탁대로 딸과 손녀를 만나고
버킷 리스트에서
'세계에서 최고 예쁜 소녀와 키스하기'
목록을 지우는 에드워드는
카터를 보내는 고별사를 하며
버킷 리스트에 적힌
'모르는 사람 돕기'를 지우고
카터와 친구가 되어 서로에게
삶의 기쁨을 찾아주었다고 말합니다
카터의 부탁대로 삶의 기쁨을 찾고
흐르는 강물에 자신을 맡기며 살다가
81세에 죽은 에드워드의 유골은
인스턴트커피 깡통에 담겨
히말라야 꼭대기 전망 좋은 곳에 묻힌
카터의 커피 깡통 곁에 나란히 놓이고
그들의 버킷 리스트 맨 첫줄에 적혀 있던
'장엄한 풍경 보기'가
마지막으로 지워집니다
새하얀 눈 덮인
히말라야의 웅장한 풍경 속에서
마무리하는 영화 '버킷리스트'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엔딩까지
저녁놀처럼 감성적입니다
시린 눈밭에 나란히 묻힌
커피 깡통 속에서 두 친구가
어떤 얘기를 나눌까 문득 궁금합니다
둘이서 티격태격 꽁냥꽁냥
죽은 후 꼭 하고 싶은 목록
버킷 리스트를 적어가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