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6 민들레 사랑

커피 대신 민들레

by eunring

아파트 화단에 호스로 물을 주시던

경비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커피포트를 들고 나오십니다

커피 한 잔 하시려나 싶은데

그게 아니네요


커피포트를 들고 무릎을 구부린 채

나지막한 자세로 잠시 엎드리신 모습에

고개 갸웃거리다가 나중에 알았습니다

화단 가 보도블록 사이에 수줍게 고개 내민

민들레에게도 물 한 모금 건네신 거였어요


갑자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영화의 주인공 멜빈이 생각났어요

까칠하고 괴팍하고 까탈스러워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으려고 뒤뚱대는~


그때는 피식 웃었지만

이번에는 흐뭇하게 웃어 봅니다

따사로운 봄날을 저도 한번 살아보겠다고

보도블록 틈 사이로 살포시 고개 내민

작고 여린 민들레에게

세찬 물줄기 대신 조르르 물을 주신

경비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워서

기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노랑노랑 만들레 꽃이 곱게 피어나

할아버지와 반가운 눈인사 나누며

해맑은 미소를 건네겠지요

십분 내로는 아니고

며칠 내로~^^


일부러 씨를 뿌리지 않아도

홀씨가 자유로이 바람 여행을 떠나

뿌리내릴 흙이 있는 틈새면 어디에서든

해마다 노랑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꽃말도 아름답습니다


'행복과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민들레처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어요


아시나요?

매운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따사로운 햇살 듬뿍 받아 안으려고

민들레는 땅바닥에 납작 몸을 붙이고

두 팔 활짝 펼치며 자란답니다

작고 여린 꽃이지만

그 나름 애쓰고 있는 거죠


조만간 민들레 커피 한 잔 마셔야겠어요

민들레 뿌리를 커피콩 볶듯이 달달 볶아

빛깔도 곱고 맛도 깊고 구수한

단뽀뽀 커피가 생각나서 또 혼자 웃어요

기승전 커피~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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