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56 연둣빛 새순처럼

연둣빛 새순처럼

by eunring

건조대에 빨래를 널다 말고

길 건너 학교 운동장을 내려다봤어요

늘 닫혀 있던 교문이 활짝 열려

내 맘의 창문 열린 듯 반갑고 좋았어요


입학식에 개학식이라

무지개 풍선으로 만든 아치문도

희망의 손짓으로

아이들을 반겨줍니다


비 예보가 있으니

아이들이 우산을 대롱거리며

등교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마스크를 썼어도 개구진 모습은

신발주머니의 흔들거림에

그대로 드러났고요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두 팔 간격 줄을 서서

발열 체크하는 모습도

손을 소독하는 모습까지도

연둣빛 새순처럼 예쁘고 싱그러웠어요


희망의 새순 같은 아이들이

나중 어른이 되어 추억하는

초등학교 시절의 소리가

비누거품으로 손 씻는

뽀드득뽀드득~

추억의 향기는

손 소독제 냄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웃픈 순간


빨래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하고 있어요

얼른 햇볕에 쫘악 펴 널어

보송보송 말려 달라고요

그런데 어쩌죠?

보송보송은 쉽지 않을

흐리고 차가운 봄날입니다


흐린 하늘 아래

다시 빨래를 활짝 펼쳐 널며

고개 끄덕끄덕 생각합니다

그래도 봄이 왔으니 다행이고

내년 봄의 자유로움을

이제는 기대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무리 손을 자주 씻어도

손이 줄어들거나 얇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도 분명히 알게 되었을 테니

모든 일들이 참 다행이고

어쨌든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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