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08 마음의 잔물결
커피 친구 물결무늬
검정깨 송송 박힌 단팥빵의 얼굴에
잔물결을 만들었어요
단팥빵의 얼굴이
반드시 무표정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동글동글 달콤한 단팥빵 하나가
냉동실에 남아 있어서
커피 한 잔에 친구 하려고 꺼내
샌드위치 메이커에 넣어 살짝 구웠더니
도톰한 빵이 납작해지면서
얼굴에 물결무늬가 만들어졌어요
베개에 얼굴 파묻고 잠들다 깨면
어쩌다 베개 자국이 남기도 하듯이
동글 납작 단팥빵에도 물결 자국이 남아서
잔물결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듯
내 귀가 소라껍데기도 아닌데
문득 파도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아요
한 입 덥석 베어 물면
바삭함에 달콤함까지
포근하니 멀쩡한 단팥빵을
납작납작 단팥 호떡으로 만들어 놓고는
소꿉놀이라도 하듯이 혼자 놀며
부질없이 웃어요
봄이 가고
금방 여름이 오는데
심심한 봄이 가고
더 심심한 여름이 오고 있으니
마음의 잔물결마다 그리운 얼굴 하나씩
단팥빵 잔물결마다 가고픈 곳 하나씩
이름도 부르고 생각도 해가며
이렇게라도 놀고 웃으면서
고요하고 적막한
또 하루를 지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