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84 물 속에서 행복 찾기
영화 '스위밍 위드 맨'
그냥 웃고 싶어서 본
영화의 제목은 '스위밍 위드 맨'
더운 여름날의 나른함과 눅눅함을
보송한 웃음으로 날리고 싶어서
인생의 단짠 쓴맛을 제대로 본 아재들의
빛나는 순간을 기웃거려 봅니다
시든 꽃 같은 중년 아재들이
민망하게 꼭 끼는 수영복을 입고
맨얼굴에는 비장함으로 무장을 하고
우아함이라는 동작으로 뭉쳤답니다
물 속에서 우아하게 뭉치기는 했으나
저마다 사연이 있고 상처가 있어요
자신의 상처를 토닥토닥 어루만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으로 바꾸고
마음의 빈자리와 부족함을 메워보려고
물 아래서 발버둥을 쳐보는 거죠
스웨덴 다큐 '맨 후 스윔'을
영국식으로 재해석한 영화랍니다
수중 발레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며
평범하게 시들어가는 중년 아재들이
비공식 세계 남자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실제 이야기를 그린 다큐의 영국판인데요
사춘기 아들 빌리에게 무시당하고
지방의회 의원이 되어 자신보다 잘 나가는
아내 헤더의 바람을 쓸데없이 의심하며
술 마시고 소심한 꼬장이나 부리던
회계사 에릭(롭 브라이든)이
우연히 아마추어 수중발레 팀에 합류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 한계에 도전하고
희망과 용기를 채워가는 모습이
신나고 유쾌하고 재미납니다
'우린 수영장 바닥에서
행복을 느낀다네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곳이야'
에릭도 고요한 물속에서 비로소
혼자만의 자유와 평온함을 느끼는 거죠
'수영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반드시 연습한다
묻지고 따지지도 않고 사생활을 존중한다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지킨다
개인은 약해도 팀은 강하다
우리는 하나다'
규정을 분명히 밝히는 그들은
인생의 무의미함에 대한 저항으로
그들만의 인어공주 수잔을 코치로 삼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비공식 세계대회에 나가기로 합니다
혹독한 훈련이라 후회할지도 모른다며
고통을 버텨내야 나약함이 사라진다고
수잔 코치는 말하죠
수중 스포츠의 꽃이라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도전하며
시들한 아재들이 다시 활짝 피어나는 과정이
물론 녹록지는 않아요
아빠는 제정신이 아니니
심리치료사를 만나보리는 아들 빌리의
오해도 받고 잔소리도 듣는 에릭이지만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힘이 솟아납니다
대회 참석을 위해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고
공항에 나타난 아재들에게
'실수하더라도 멈추지 말고
진심으로 원하고 바라는 게 있다면
용기를 내서 쟁취하라고
여러분을 믿는다'는 수잔의 격려도 멋지고
'아내 헤더에게 쫓겨난 게 아니라
사실은 실패가 두려워 스스로 도망친 거라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이라도 함께 나가서
서로를 위하자'는 에릭도 멋져요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굳센 마음을 배운 그들은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도는 해보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멋진 한 팀입니다
드디어 물에 들어가 우아한 발짓이 아닌
신나는 발길질로 둥근 꽃을 피워내며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아재들은
꼬무락꼬무락 동작들을 이어가고
마침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뜻하지 않은 2위를 달성합니다
그럼요~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니까요
에릭을 위해 아재팀이 또 한 번 뭉쳐
애릭의 아내 사무실 창밖에서 함께하는
맨땅 위의 싱크로나이즈드도 아름다워요
어색하고 서툴고 부족하고 웃프지만
함께 하는 우스꽝스러운 동작들이
아내 헤더의 마음을 움직이고 웃게 하죠
에릭과 아재팀이 쏘아 올린
큐피드의 화살이 아내에게 명중하고
'아빠가 무얼 해도 내 아빠니까 괜찮다'는
아들 빌리의 응원까지 더해진
영화의 결말은
아름다운 화해로 마무리합니다
에릭과 아내와 아들의 사랑으로
화해의 꽃을 피워내는 순간
끝까지 말썽쟁이 톰은 경찰차 위에 올라가
혼돈을 감싸 안는다며 웃음을 주고
인생의 무의미함에 대한
아재들의 저항은 유쾌하게
해피엔딩~
행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씀은 백번 옳아요
인생이 시들해진 아재들의 행복은
고요한 수영장 바닥이 아니라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함께 나눈 희망의 시간과
용기를 내 힘차게 차올리며 조화를 이룬
동작의 균형 속에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