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83 우정과 감성의 시간

해 질 무렵

by eunring

오늘 하루 어땠냐고

잘 지냈느냐고

해 저무는 시간이면

산 아래 친구와

또박또박 안부 문자를 나눕니다


바닷가 사는 친구도 있고

강 건너 사는 친구도 있고

이웃 동네에 사는 친구도 있고

먼 동네에 사는 친구도 있고

이웃 도시에 사는 친구도 있는데

꼬박 안부 문자는

산 아래 친구와 나눕니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비슷한 감성과 아픔을 끌어안으며

청춘의 날들을 함께 한 그 친구가

중얼거리듯이 그랬어요


'중앙도서관 오르막길을

숨 가쁘게 함께 오르고

나란히 앉아 말없이 책을 읽고

다 읽지 못한 책을 끌어안고

내리막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면 좋아'


저무는 노을을 등에 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그 시절 감성의 시간 속으로

잠시 타임슬립해도 좋은

해 저물녘 우정의 시간이 나도 좋다고

답 문자를 두드립니다


어찌 좋은 날들만 있었겠어요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적막하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더 많았겠지만

돌아보면 문득 떠오르는

아스라이 고운 시간들 덕분에

그렇지 않은 날들이 살포시 덮이다가

포근히 묻히기도 하는 거죠


저녁 맛있게 먹자고

이 저녁도 평안하자고

이따 또 보자고~


신이 늘 함께 할 수 없어

모든 이에게 엄마를 주셨듯이

가끔 마음 털어놓고 싶을 때

살며시 문 두드리며 귀 기울일 수 있는

조그만 다락방 하나

신이 마련해주신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늑한 그 다락방의 이름이

바로 친구인 거죠


'진정한 우정은 앞과 뒤

어느 쪽에서 보아도 한결같은 것

앞에서 보면 장미인데

뒤에서 보면 가시일 수는 없다'라는

독일의 철학자 리케르트의 말씀이

딩동댕~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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