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82 너의 아픔까지 사랑해
커피 열매 사진을 보며
친구님의 커피나무 사진을 봅니다
우리 집 화분의 커피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새빨간 열매가 또록또록 맺혀 있어요
커피 체리가 루비 알갱이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집 커피나무는 상록수 같아요
사시사철 초록 이파리가 반짝반짝 윤이 납니다
꽃이나 열매는 아예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얼마 전 하얀 꽃 한 송이가 피어났었죠
그러나 희끄무레하게 잠시
꿈처럼 피었다 진 자리가 휑합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떠오르고
수줍게 피어났던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빨강 열매까지는 기대하지 않아요
그냥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하면
기특하고 고맙고 감사할 뿐~
화분에 비해 잎사귀가 무성해져서
큰 화분으로 옮겨주어야 하나 어쩌나
가지를 쳐 주어야 하나 어쩌나
행복한 고민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커피나무 바로 곁에 숨어 있는
군자란 애기 꽃을 만납니다
군자란 화분에서도 소리없이
비밀의 꽃송이가 맺혔어요
수줍은 주홍빛 꽃송이가
나 찾아봐라~는 듯
포기 사이에서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몰래몰래 살며시 피어나고 있어요
우리 집이 비밀의 화원도 아닌데
몇 개 안 되는 화분에서
소리도 없이 꽃이 피고 또 지는 것이
기특하고 신기하고 재미납니다
개구쟁이라도 좋다~는
광고 문구가 문득 떠올라요
꽃이 피지 않아도 좋고
열매가 맺히지 않아도 괜찮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커피나무를 쓰담쓰담~
그러다가 커피나무에게 살짝 물었어요
친구님들이랑 우르르 만나서
커피타임과 수다타임은
언제쯤 할 수 있을까?
물론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바람에 살랑 나풀대는 초록 이파리가
무심히 고개를 흔드는 것만 같아서
흥칫뿡~야속합니다
그런데요
누가 지어낸 꽃말인지 모르지만
커피 꽃의 꽃말이 나를 위로해 주네요
재스민 꽃 닮은 새하얀 커피 꽃의
향기로운 꽃말이
'너의 아픔까지 사랑해'랍니다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중얼거려야겠어요
너의 아픔까지 사랑한다고~
커피 꽃이 피어나며
다정한 꽃말까지 매달고 나온 건 아니겠지만
새하얀 꽃 진 자리에 붉디붉은 커피 체리가
누군가의 아픔을 감싸 안으며
영롱하게 맺힌 것이
그저 고맙고 기특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