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81 흐림이 주는 위로
한련화랍니다
흐릿한 하늘에 빗물이 담겨 있어요
꼭 짜면 흐린 눈물이 조르르 쏟아질 것 같은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자 피식 웃고 맙니다
이렇게 고운 한련화 사진을 보며
웬 호박꽃?이라고 잠시 생각했거든요
호박꽃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큼직한 노랑꽃이니 호박꽃이려니 했습니다
누가요? 제가요
한련화를 몰라봤단 말인가요?
그렇게 물으신다면
민망함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해야죠
압니다 한련화~ 알고 말고요
어긋난 이파리가 연잎을 닮아
한련화라 부르는 분홍 노랑 빨강 꽃은
화려한 색감이 보기에도 예쁘고
꽃밥이나 샐러드에 꽃핀처럼 곱게
장식해서 먹을 수도 있는 허브식물이죠
방패 닮은 잎과 투구 모양의 꽃이라
그리스어 트로피(tropaion)에서
꽃 이름이 생겨난 한련화는
용맹스러운 용사의 무기를 닮아
꽃말도 나라사랑이라고 해요
그런데 한련화를 잠시 몰라본 것은
친구님이 또르르 꽃 사진을 보낸 그 순간에
깜박하고 눈을 벗고 있었거든요
눈을 벗다니 아무리 덥다고
눈을 어떻게 벗느냐 물으신다면
눈이라 쓰고 안경이라 읽는다고
말씀드려야죠
잠깐 집 앞에 나가면서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며 아차 싶었답니다
마스크는 잘 챙겨 썼는데
안경을 깜박했던 거죠
안경 안 쓰면 범벅인데 어쩌나 하다가
잠깐이니 대충 보는 것도 괜찮다 싶었어요
마스크를 생략했으면 다시 집으로~
다행히 안경이니 그냥 밖으로~
그런 사연으로 잠시
한련화를 몰라봤으니
미안할 뿐~
그런데요 가끔씩 때로는
대충 보는 것도 괜찮구나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더랍니다
분명하고 선명한 것도 좋으나
흐림과 얼버무림이 주는
불분명한 위로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