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41 마리아 마리아
라파엘로 '초원의 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꽃미남이라는
라파엘로의 자화상을 본 적이 있어요
꽃다운 나이 스물세 살 청년의 표정이
맑고 온화하고 순수해 보여요
그런데 미처 몰랐습니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천사들의
천진난만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어느 카페 로고와 닮았다는 것을요
학생시절 미술 시간에 배운
르네상스 시대의 3대 거장은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그중 라파엘로가 한참 막내였대요
그 무렵 친하게 지내던 옆자리 친구는
미켈란젤로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얼마 전 만났을 때 슬쩍 물어보니
언제 적 얘기냐며 피식 웃어요
넌 못생기고 괴팍한 미켈란젤로보다
젊은 귀공자 라파엘로였지?
라파엘로 지금도 원픽?
내가? 라파엘로를 좋아했던가?
새삼 철부지 그 시절이 떠올라
함께 피식 웃고 맙니다
난 그저 어린 꽃미남이 좋아서~
고집 세고 괴팍하고 거만한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와 달리
라파엘로는 상냥하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사교적인 데다가
신사적이었다고 들었어요
우아하며 겸손하기까지 하고
게다가 부지런했다는데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으니
그의 부지런함에도
이유가 있었던 거죠
일찍 떠나야 했으니
부지런히 서두를 수밖에요
라파엘로의 '초원의 마리아' 그림 속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두 손으로 잡아주며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세례자 요한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모정과 열정의 상징인 붉은 옷에
고귀함과 순결을 드러내는
파랑 망토를 걸치고 있죠
아기 요한은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나무 막대기 십자가를
아기 예수에게 건네는 모습인데요
십자가를 주고받는
아기들을 지그시 바라보는
자애로운 마리아의 얼굴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닮았답니다
색의 대비가 아름다운
그림 속 마리아의 표정에 스치는
슬픔까지도 고요하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기품으로 빛납니다
선은 단정하고 우아합니다
색은 맑고 아름답습니다
표정은 기품 있어요
안정감 있는 삼각 구도까지 더하여
우아하고 온화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초원의 마리아'는
벨베데레 궁전의 박물관에 있어
'벨베데레 마돈나'라고 부른답니다
라파엘로는 아름다운
성모자상을 그린 화가로 꼽히는데요
그가 성모자상을 많이 그린 것은
여덟 살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도
어머니를 여의었기 때문이랍니다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성모자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그에게 미술의 길을 걷게 한
아버지마저 여의고
열한 살에 홀로 남게 된 그의 곁에
예술이 함께 했으니 다행입니다
죽기 전까지
베드로 성당을 설계하던 그는
로마의 판테온에 묻힌
유일한 예술가라는데요
당시 추기경이며 시인이었던
피에트르 엠보가 쓴
묘비명까지도 아름답습니다
'여기 라파엘로가 누워있으니
대자연은 그가 살아있을 때
그에게 정복당할까 두려워했고
그가 죽자 자신들도
함께 죽을 것을 두려워했다'
라파엘로 서거 500주년 기념 영화
'라파엘로, 예술가의 군주'를
천천히 챙겨 봐야겠어요
예술가의 다큐영화이니
당연 지루함도 깔려 있겠으나
빛을 누구보다도 더 잘 표현했다는
라파엘로의 그림을 화면 가득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즐겁습니다
고향 우르비노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궁정 화가인 아버지의 공방에서
물감과 붓을 가지고 놀던
어린 라파엘로에게 건넨
아버지의 말씀은
'이 세상의 많은 것들 중에
인간의 이름을 영원히 남게 하는 건
문학과 역사 조각과 그림이지
너는 날개를 활짝 펴고
미래의 하늘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
라파엘로의 영화를 볼 때는
천사 커피 한 잔이 필요합니다
그의 그림 '시스티나의 성모'
맨 아래 날개 달린 천사들의 모습이
천사 카페에서 귀염 뽀짝하게
웃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