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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05. 2024

초록의 시간 840 내 마음이 너에게 닿기 위해

영화 '청설'

눈으로 소리를 읽다 보면

투명하게 맑아지고 순수해집니다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다 보면

햇살처럼 밝아지고 씩씩해집니다


소리 대신 가슴으로 느끼게 되면

가난쯤이야 그까짓 거~

웃어넘길 수 있어요

소리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슬픔까지도 상냥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도시락집 외아들 티엔커는

수영장으로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손으로 말하는 양양을 보고

첫눈에 마음을 뺏기고 말아요


말 대신 손짓과 눈빛과 표정으로

다가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예쁘고 풋풋하고 

싱그럽습니다


각이 부족해서

시각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눈앞에 안 보이면 불안하니까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원룸에서 산다는 양양의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 중입니다


그녀의 곁에 함께 하는 언니 샤오펑은

그녀의 마음과 표정을 읽을 줄 알아요

수영선수에 공부도 잘하는 언니는

우승 상금으로 훈련비를 갚아나갑니다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에서 

인형 공연을 하는 양양에게  티엔커는

말을 건네려고 하면 바쁘다고 달아나서

말할 기회가 없었다며 수화로 고백하는데요


언니 얘기만 하고

자기 생각은 안 하니까

자꾸 양양을 생각하게 된다는 

티엔커는 이미 그녀를

마음 안에 간직하고 있네요


거리 공연에서 번 돈으로

양양이 밥값을 내기로 하고

함께 밥을 먹다가

배불러요? 묻는 양양에게

배가 따뜻해서 정말 든든하다~

티엔커의 대답까지미덥습니다


거리공연에서 받은 동전으로

밥값을 계산하기 위해

양양이 천천히 동전을 헤아리자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 때문에

난처해진 주인을 보며

티엔커가 지폐로 계산하는데

양양은 상심하며 중얼거립니다


'나는 이 돈 벌려고 거리에서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좀 기다리면 어때

그것도 못 기다리나'

그럼요 양양의 말처럼

시간도 돈이고 동전도 돈입니다


양양에게 마음을 표현하려고

'내 말이 너에게 닿기 위해'

책으로 열심히 수화 공부를 하며 

양양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국수를 먹고는 동전으로 계산했더니

기분 최고~라는 티엔커의 메시지

양양은 묵묵부답~


비 오다 갠 순간 티엔커는

우비 입은 채 우비 안에 소중히

선물상자를 안고 양양네 집에 가는데요

문을 열어주지 않는 양양을

언니 샤오펑은 가만 지켜봅니다


티엔커가 문밖에 놓고 간

선물상자에는 물새 모양의

유리 저금통이 들어 있어요

언니 샤오펑이 동전이냐 지폐냐~

싸우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물어요


나무 분장을 한 티엔커는

온몸에 꼬마전구를 휘감고 

양양에게 사과하러 가지만 

역시나 문은 열리지 않아요


언니 샤오펑이 양양에게 말합니다

'난 듣지 못해도 내 인생이 있어

평생 금메달 못 딸지도 몰라

기록이 떨어져 올림픽 못 나갈지도 모르지

네가 응원 깃발 흔들 기회가 없어지고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 거야'


샤오펑이 덧붙입니다

'메달을 못 따서 속 상한 게 아니라

너에게 메달을 줄 수 없어 속상하고 면목없고

상금 못 타면 빚은 어떻게 갚느냐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샤오펑에게

양양은 말해요


'언니는 내 짐이 아니라 내 언니야

언니가 내 언니라서 자랑스러워

다시 태어나도 내 언니가 되어줄래?'

끌어안고 우는 자매의 모습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요


보통사람과 청각장애인의

사랑이 힘들까요?

메신저로 날아온 양양의 물음이

티엔커는 답합니다

샤오펑이 금메달 따는 것보다 쉬울 거라고~

답하고 나서 또 말실수인가 고민하다가

我爱你~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양양은 메신저에서 사라집니다


물새는 계절이 바뀌면 날아가

너도 언젠가 날 떠나서

물새처럼 자유로워지기를 바라~

티엔커를 향한 양양의 마음인 거죠


울적해하는 티엔커에게

부모님이 내미시봉투에는

도시락 그림과 도시락 값이 들어있어요

양양을 쫓아가서 다시 붙잡으면

사귀는 것을 허락하실 거냐고

티엔커가 부모님에게 묻습니다


잘 듣지는 못하지만

성실하고 낙천적이고

밝고 귀여운 애라는 티엔커의 말에

함께 시간 내서 수화 배우러 가자는

엄마의 말씀이 따사롭고 다정합니다

말이 많아서 턱이 아프니 가끔은

쉴 때도 있어야 한다~ 웃으십니다


스쿠터를 타고 가던 티엔커는

스쿠터가 멈추자 끌고 가다가

아예 수영장으로 달려갑니다


저녁식사에 양양을 초대해서

부모님께 소개한다고 말하며

티엔커는 양양의 뒤에서 다가갑니다

'넌 안 보이면 불안하다고 했지

약속할게 너에 대한 내 사랑을

너와 우리 부모님께 보여줄게'


뒤를 돌아보는 양양을 잠시 바라보다가

티엔커는 수화로 다시 말합니다

못 듣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실까?

양양의 물음에 티엔커는

부모님도 양양이

얼마나 성실한지 보게 되실 거라고

엄지 척을 하며 웃습니다

참 멋진 청년입니다


함께 스쿠터를 타고 

부모님의 식당으로 가는

사랑스러운 커플을 위해 

귀여운 과일 접시를 준비하고

스케치북 글자 소개로 환영하는

티엔커 부모님의 모습이

흐뭇하고 훈훈합니다


아빠가 물어요

말도 안 하고 연애는 어떻게?

우린 말로 안 하고 손으로 해요

티엔커의 대답이 참 깜찍합니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있어요


언니에게 수화로 통역하는 게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

어릴 적에는 수화가 싫었다는 양양은

어느 날 피아노 소리가 어떤지 묻는

언니를 위해 더 부지런히

수화를 배웠다고 해요


대학 때 수화를 조금 배우다가

양양을 만난 후 더 열심히

수화 공부를 했다는 티엔커는

양양에게 빗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답니다

빗소리가 그리움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양양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는 티엔커가

양양에게는 청량한 빗소리인 셈이죠


많이 보고 싶었다고

보고 싶을 때마다 동전을

물새 저금통에 넣었다는

양양의 저금통 물새들이  부르게

동전을 가득 담고 있어요


4년 후 농아올림픽에 나간

언니 샤오펑을 힘차게 응원하는

양양과 티엔커의 모습에 이어

자막과 함께 흐르는

티엔커의 대사가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사랑과 꿈은 기적이다

듣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번역 없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하느님은 샤오펑을 위한 계획도 있고

양양을 위한 계획도 있다는

아빠의 편지가 생각납니다

아빠의 말씀이

딸도 아닌 내게도

힘이 되는 건 왜일까요?


하느님에게는 분명

나를 위한 계획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영화의 제목은 '청설(听说)'

말을 듣는다는 뜻이죠

맑고 투명한 가을날 닮은 마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귀 기울여 듣는

오늘 하루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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