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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03. 2024

초록의 시간 839 브람스의 눈물

브람스 '아가테 협주곡'

가을엔 커피

그리고 브람스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가을을 닮아

가을과 어울리는

가을 남자 브람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자유로우나  자유의 깊이만큼

고독하게 살았다고 해요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향해

열네 살 연하 순정남 브람스는

이룰 수 없는 평생 사랑으로

진심을 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목소리가 아름다운 몇몇 여인들과

꽃 같은 로맨스 흩뿌렸답니다


동갑내기 아가테와는 

약혼까지 했다고 전해지는데요

동상이나 사진 속에서 고뇌 가득

덥수룩 수염을 기른 중후한 모습의

브람스도 젊은 나이에는

제법 꽃미남이었다고 해요


꽃미남 브람스의 반짝이는 젊은 날

스물여섯   눈부신 청춘의 안타까움이 

'아가테 협주곡'이라고도 불리는

현악 6중주 1번에 담겼는데요


전에 브람스는

피아노협주곡 1번의 실패를

혹독하게 겪었다죠


협주곡다운 화려한 기교 없이

피아노와 함께 하는 교향곡처럼

묵직함이 지나치다는 악평에 시달리며

동갑내기 연인 아가테와도

실패를 핑계 삼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답니다


나중에는 교향곡을 닮은

협주곡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지만

어쨌거나 당시에는 악평세례 우수수~

덕분에 아가테와도 헤어지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아가테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약혼반지를 주고받은 사이였으나

음악과 사랑 멀티가 쉽지 않았던

내성적이고 신중한 소심쟁이 브람스는

이런 바보 같은 편지를 ~

그녀에게 보냈답니다


'많이 보고 싶고 깊이 사랑하지만

결혼에 묶이고 싶지 않으니

이 말을 직접 하기 위해

지금 만나러 가도 좋으냐'편지로

아가테의 자존심에 스크레치를 냈고

그녀는 헤어질 결심 끝에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작별 편지로 답했다고 해요


'브람스의 눈물'이라는

슬픈 부제가 붙은

현악 6중주 1번 2악장은

아가테와 결별 후 작곡했는데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슬픔과 아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과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절절하고 아름다운 눈물이 되어

주륵 주륵 주르륵~


눈물이 아가테를 향한 것이 아니라

슈만을 떠나보낸 클라라를

브람스의 진심담긴 눈물이고

클라라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믿을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고

또한 사랑입니다


스승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

'지금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아다지오가 될 것'이라고 썼다니

진실은 브람스만 알겠죠


누구를 향한 진심이고 눈물이든

그건 어디까지나 브람스의 몫이고

창밖에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 가을은 온전히 나의 몫이니


가을엔 커피

그리고 브람스에 귀 기울이며

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대답은 생략해도 됩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가을이 오면 문득 떠오르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연애소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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