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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08. 2024

초록의 시간 842 하늘에는 별이 총총

꽃밭에는 꽃이 총총

한낮 볕은 여전히 따끈하지만

낮의 길이가 서서히  짧아지고

열린 창문으로 바람도 제법 솔솔

어둠이 내리는 속도까지 빨라지는 듯

뚜벅뚜벅 거침없는 계절의 변화에

몸과 마음도 어김없이 적응해 갑니다


가을과 함께 추석이 다가온다고

어느 친구님이 건넨 모싯잎송편을 보며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재미난 말을 생각합니다


하늘엔 별이 총총

꽃밭에는 꽃이 총총

들판에서는 사이좋게 하늘거리며

금계국도 피고 코스모스도 피어나고

담장 밑에서는 닭의 벼슬 닮은

맨드라미도 붉게 피어납니다


가을꽃 한 송이 머리에 꽂고

좋은 사람들이랑 빙 둘러서서

빙글빙글 강강술래 놀이도 하고

곱게 빚어 솔잎 깔아 쪄낸

쫀득한 송편도 나누어 먹으며

정겨운 얘기 나누고 싶어요


하늘엔 별이 총총

꽃밭에는 꽃이 총총

마음에는 그리움 총총

일찍 어둠이 스미는 하늘을 보면서

송편보다 만두라고 중얼거리다가

아부지~라고 낮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불러봅니다


아부지~하늘 세상에도

가을이 오고 추석도 다가오고

이웃끼리 도란도란 모여 앉아

고향 이야기에 가족 얘기로

눈물 반짝이는 시간일까요

아부지도 송편보다 만두라며

허허 웃으실까요


간식대장 울 아버지도

송편보다 만두를 좋아하셨거든

그것도 바삭바삭 고소

군만두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퇴근길에 꼭 뭔가를

손에 들고 오셨는데 먹음직한 과일이나

폭신한 빵이나 군밤이나 군고구마를 사서

즐거운 걸음으로 집에 오셨는데요

금방 튀겨낸 바삭 군만두

그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강강술래

꽃밭에는 꽃이 총총 강강술래

마음에는 그리움 총총 강강술래


하늘과 땅 그 어디 중간쯤에서

이 세상 사람들과 저 세상 사람들이

잠시 잠깐이라도 빙 둘러서서

강강술래 놀이도 하고

송편도 먹고 만두도 먹으며

그리움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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