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73 강가를 홀로 걸으며

두보의 시를 읽다

by eunring

산 아래 친구가 중국어 시간에 배운

두보의 시 한 수를 보내줍니다

제목이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

강가를 홀로 걸으며 꽃을 찾는다는 거죠


'강변에 복숭아꽃이 한가득 흐드러져

꽃 소식 전할 데 없으니 어쩔 줄 모르겠네

내달려가 남쪽 이웃 술친구 찾아가니

술 마시러 나가 집을 비운 지가 열흘이 지났다네'


강변의 꽃잔치를 알릴 데가 없어

문득 떠오른 친구를 찾아 냅다 달려가 보니

아뿔싸~친구는 이미 술 마시러 나가고 없으니

누구와 꽃구경을 함께 할 것인가~라는

안타깝고 쓸쓸한 하소연인 거죠


당나라 시인 두보는

명문가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부터 시를 지었으나

과거 급제는 하지 못하고

집안의 몰락으로

가난과 방랑의 삶을 보냈답니다

오죽 가난했으면 사랑하는 아들이

배를 곯아 죽었겠어요


일상 속에서 감동을 찾는 시를 썼다는데

시선 이백처럼 스르르 영감이 떠오르면

흘러나오는 대로 내리쓰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옥돌을 다듬듯이

갈고닦으며 고쳐 썼답니다

두보는 이백보다 열한 살 어렸으나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고 해요


그럼요~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죠

홀로 강가를 거닐다가 꽃잔치를 만났을 때

동그랗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고

소리 내어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는 건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친구가 바로 곁에 없더라도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으니

행복한 일입니다


복숭아꽃은 이미 지고 없으나

여름꽃들이 하늘하늘 피어난 강가를 걸으며

꽃 한 송이에 친구 이름 하나씩

바람 한 줄기에 그리운 얼굴 하나씩

부르며 떠올릴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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