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87 부자 아빠 미인 엄마

조지 거슈윈 '서머타임'

by eunring

덥고 나른한 여름날 오후

스르르 밀려드는 낮잠을

커피 한 잔으로 밀어내자마자

습관처럼 켜놓은 TV에서

자장가가 흘러나옵니다


자장가라기에는 우울하고

애잔한 슬픔으로 젖어드는데

자막으로 흐르는 노랫말이

졸음에 겨운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부자 아빠와 미인 엄마를 가졌다면

다 가진 셈인데요

흑인들의 삶과 슬픈 사랑을 그려낸

조지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1막 1장에 나오는 '서머타임'은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아기를 재우며 불러주는

구슬픈 듯 서정적인 희망의 노래죠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에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로 유명해진

조지 거슈윈의 '서머타임'은

여러 장르의 가수들이 즐겨 부르는 곡이랍니다


흑인 엄마 클라라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엄마의 간절한 사랑이 담겨 있어요

비록 흑인 빈민가에서 살고 있지만

자장자를 들으며 잠이 드는 동안만이라도

아기가 부자 아빠와 미인 엄마의 품에서

부족함 없이 활짝 날개를 펼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애틋합니다


'여름에는 사는 게 편안하지

물고기는 펄쩍이며 뛰어오르고

목화는 쑥쑥 자라거든

부자 아빠에 미인 엄마를 가졌으니

쉿~아가야 울지 마라

언젠가 넌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른 하늘 높이 날아오를 거야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않도록

아빠와 엄마가 지켜줄게'


축 처지는 듯 나른한 선율이

엄마 품처럼 포근하고 아늑하게 느껴지고

어릴 적 여름 한낮의 고요함이

추억의 애틋함으로 젖어듭니다


어릴 적 여름날은 소나기와 낮잠

그리고 적막함으로 떠오릅니다

더위를 식히듯 한낮 소나기 지나고 나면

온 집안이 숨죽이듯 조용했었죠


엄마랑 할머니는 잠깐 낮잠에 빠져드시고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든 어린 동생의

쌔근쌔근 숨소리가 사랑스럽게 들려올 때

어린 날의 무지개가 비 그친 하늘에

동그랗게 떠오르곤 했어요


혼자서 동그마니 마루 끝에 앉아

먼 하늘 무지개를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설렘과 그리움과 쓸쓸함이

문득 떠오르는 여름 한낮

졸음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고

다시 커피 한 잔이 필요해지는 순간입니다


애틋한 추억을 달래기에

커피만큼 좋은 친구는 없죠

오후의 키피 한 잔에는

오랜만에 달콤 설탕 한 스푼에

투명 얼음도 동동 띄워봅니다

얼죽아는 아니지만

가끔은 취향의 일탈도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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