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94 사랑스러운 목소리
천진난만 채송화
동네 한 바퀴 돌다가
꽃집 앞에 나와 앉아 있는
채송화를 만났어요
채송화의 낮고 정겨운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죠
어릴 적 울 할머니 꽃밭 가장자리에
잔잔히 무리 지어 피어 있던 채송화가
문득 그리움을 안고 떠오릅니다
나 어릴 적 채송화는
키가 훌쩍 큰 칸나 언니의 발치에서
어리광이라도 부리듯이
늘 방글방글 웃고 있었어요
기억 속에 떠오르는 할머니의 꽃밭이
유난히 크고 다채롭게 느껴지는 건
그때 내가 작고 어린 소녀였기 때문이죠
그리 넓지 않은 꽃밭이
어린 눈에는 아주 커 보였을 테지만
그 시절에도 내 눈에 들어오는 채송화는
나보다 작고 어리고 사랑스러웠어요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
꼬맹이 자매들은 꽃밭가에서
오순도순 모여 놀았죠
동생들이랑 소꿉장난을 하며 놀던
어린 시간들이 문득 떠올라 아련합니다
꽃을 사지도 않으면서
꽃을 사진에 담는 게 미안했는데
마침 꽃집 휴일이어서
앙증맞은 채송화를 찍어봅니다
천진난만이라는 꽃말처럼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똘망똘망 나를 바라보는 채송화와
다정히 눈을 맞추며
채송화처럼 어린 기억 속으로
잠시 타임슬립 하는
사랑스러운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