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28 문이 열리는 순간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그런 노래가 있었어요
미끄러지듯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은
금빛 햇살 가득한 설렘으로 눈부시겠죠
그러나 문이 열린다고 해서
기다리는 모든 것이 내게 오지는 않아요
열릴 듯 말 듯하다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고
열린 문으로 내가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나가려는 순간 문이 닫혀버릴 수도 있어요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는
시작과 전개와 결말이 독특합니다
주인공 헬렌(기네스 펠트로)이
막 출발하려는 지하철에
문이 닫히기 전 아슬아슬하게 오르거나
문이 닫혀버려 안타깝게 오르지 못하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어긋나며 교차되어 이어집니다
닫히는 지하철 문 앞에서
타느냐 마느냐 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탈 수 있느냐 없느냐 두 가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전개도는 헬렌의
두 갈래 인생 이야기인데요
주인공 헬렌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출근과 동시에 일자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이 떠나려고 문이 닫히는 순간
아슬아슬 지하철을 타지 못하면
택시를 기다리다가 사고를 당하고
동거 중인 남자 친구의
불륜을 놓치는 상황이 됩니다
간신히 지하철에 타게 되는 경우에는
남자 친구의 불륜을 일찍 알게 되어
깨끗이 결별하고 집을 뛰쳐나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제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거죠
지하철을 놓치느냐 타게 되느냐
두 가지 경우에 따라
헬렌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긴 머리 헬렌과 짧은 머리 헬렌의 모습으로
교차되며 이어집니다
딜레마 존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초록 신호에서 노란색 신호로 바뀌는 순간
갈까 말까 몇 초 동안 고민과 혼란에 빠지는
정지선 앞의 구간을 딜레마 존이라고 하죠
인생의 딜레마도 있어요
두 가지 중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둘 다 결과가 바람직하지 못한
곤란한 상황을 딜레마라고 하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우를 말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처럼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두 길을 가지 못한 걸 안타까웠고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아쉽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죠
때로는 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의 선택일 수도 있으니까요
헬렌은 헬렌이지만
지하철 문이 열려 있을 때
타느냐 못 타느냐에 따라
지하철을 탄 짧은 머리의 헬렌이 되거나
지하철을 놓친 긴 머리의 헬렌이 되어
전개와 결말이 전혀 달라지는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