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29 추억이 머뭇머뭇
커피 친구 호두과자
어릴 적 달달한 기억 속에는
아버지가 기차여행 중에 사 오시던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가 있어요
상자 속에 한 알 한 알 곱게 싸여 있는
호두과자를 어린 자식들에게 나눠주시던
아버지의 행복한 얼굴이 문득 떠오릅니다
고소한 호두 알갱이가 들어 있는
호두알 모양의 호두과자는
우유나 차와 함께 먹어도 좋고
커피 친구로도 좋은 간식인데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금방 구워낸 따뜻한 호두과자를
커피에 곁들여 먹던 추억들도
이제는 아스라이 멀기만 해요
멈추고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재미난 지난 추억들도 머뭇머뭇
그리운 기억의 발자국들까지도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 것만 같아요
룰루랄라~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천안 삼거리 흐응~거리던 시간들까지도
꿈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또다시 그런 시간들이 올까 싶은
막연함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는 아니더라도
동네 호두과자에 동네 커피로
아쉬움을 달래는 나른 오후
호두과자 속에 들어 있는 팥앙금이 달콤하고
콕콕 박힌 호두 알갱이가 고소해서
커피 친구로 단짝이라는 생각 끝에
문득 호두과자는 왜 호두과자일까
괜한 것이 다 궁금해집니다
예전에는 풀이나 나무 열매를
과자라고 했답니다
과일은 제사상에 필요한 것이었는데
과일이 열리지 않는 계절에는
곡물로 과일 모양을 만들었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호두나무를
처음으로 심은 곳이 천안 광덕사라고 해요
광덕사에는 호두나무 전래비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호두나무도 있다고 하죠
천안의 특산물인 호두 알갱이를 넣어
호두나무 열매인 호두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호두과자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요즘 호두과자는 다양해서
예전 호두과자처럼 팥앙금만 들어 있지 않고
저마다 속이 달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요
겉으로 봐서는 팥앙금이 들었는지
슈크림이나 크림치즈가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먹어봐야 합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가 문득 떠올라요
그럼요~ 인생은 호두과자 같은 것이기도 해요
호두과자 속에 어떤 달콤함이 들어 있는지
호두 알갱이가 들어 있는지 아닌지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달달한 팥앙금이 든 호두과자를 먹다 보니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듣는다'는
속담도 덤으로 떠오릅니다
너무 순진해서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잘 믿는다는 건데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남의 말을 믿는 것을 놀리듯 하는 말이지만
팥을 콩이라 해도 곧이들을 정도로
그렇게 믿을 수 있고 믿어도 되는
누군가 한 사람만 곁에 있어도
마음 든든하고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두과자에 커피 한 잔
그리고 머뭇거리는 추억들과 함께
부질없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뒤적이는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그리운 추억이 되겠죠
답답함도 막막함도
지나고 나면 한 조각 추억이 되리니
추억들까지 머뭇거리는 이 시간들까지도
다가오고 또 스쳐 지나가는
또박또박 인생의 몇 걸음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