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00 최고의 레시피는 사랑이랍니다
영화 '사랑의 레시피'
하루해가 가장 길다는 하지
긴 하루를 지내려면 달콤 간식이 필요하죠
마트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초당옥수수를 사 왔어요
날로 먹어도 되고
단맛이 높아서 초당(超糖)이라는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독특한 초당옥수수
맛있게 삶는 레시피를 찾다 말고
옥수수는 대충 삶아 곁에 두고
'사랑의 레시피' 영화를 봅니다
덥고 긴 하루를 지내기에
풋풋한 볼거리도 필요하니까요
최고의 레시피는 사랑이랍니다
뉴욕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메인 셰프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는
섬세하고 빈틈없이 까칠한 완벽주의자에
요리밖에 모르고 요리에만 진심인
요리 바보인데요
어릴 적에 케이트는
엄마가 해주는 요리를 좋아했었죠
엄마처럼 요리하는 게 꿈이었던
시곗바늘처럼 정확하고 섬세한 그녀의 인생에
예약도 없이 들이닥친 조이와 닉
두 사람으로 인해 그녀의 인생이
삐그덕거리며 달라집니다
미혼모인 그녀의 언니가
기쁨의 선물이라고 이름 지어준
조카 조이(애비게일 브레슬린)가
교통사고로 엄마를 여의고 그녀에게 옵니다
어린 조이는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요리밖에 모르는 케이트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한데
자유로운 영혼의 닉(애런 에크하트)이
케이트가 잠시 자리를 비운
레스토랑의 주방에 등장하죠
다정다감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닉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기도 하고
조이에게 파스타를 만들어주면서
무심한 듯 다정하게 다가서며
조이를 웃게 합니다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되찾아가는
조이와 함께 게임도 하고
베갯속 깃털들을 마구 날려 가며
재미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조이 덕분에 가까워진 닉이
밤늦게 찾아오죠
눈가리개를 하고 소스의 맛을 보며
'코냑 화이트 와인 샐러리 부추 마늘' 등
재료를 맛으로 단번에 알아내는
케이트의 모습이 신통방통한데
그렇게 케이트도 마음을 열어갑니다
사이좋게 팬케이크를 만들며
닉과 케이트와 조이 식당을 만들자는
삼총사가 예쁘고 멋지고 사랑스러워요
함께 장을 보러 가고 자전거를 타면서
세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다가서는
장면들이 솜사탕처럼 달달합니다
케이트가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주방을 대신 맡은 닉은 케이트에게
사람을 믿고 사람들에게 곁을 주라고 하죠
주방은 내 전부라는 케이트와 일부라는 닉
생각이 서로 다른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공백이 길어지자
닉의 빈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조이는 가출을 합니다
함께 조이를 찾아나서며 케이트와 닉은
오해를 풀고 서로 사과와 감사를 나누지만
화해의 기쁨도 잠시
닉은 샌프란시스코에 일자리가 정해져
떠나게 된다니 이를 어쩔~
7번 테이블 손님의 스테이크 레어 소동 후
식탁보 뒤집고 나가는 케이트는
삶의 레시피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심리상담사에게 하소연합니다
'삶의 레시피가 적힌 요리책이 있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텐데'
그녀의 말에 심리상담사는 이렇게 대답하죠
'그건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잖아요'
직접 만든 레시피가 당신에게는 최고라는
멋진 조언에 박수를 보냅니다
케이트는 닉이 그랬던 것처럼
눈가리개를 한 닉에게 사프란 소스를 먹여주며 샌프란시스코로 가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해내며
그녀 자신의 레시피를 찾은 것이죠
케이트와 닉 두 사람이
등지고 서서 알콩달콩 함께 일하고
서로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잔소리도 해 가며
두 사람이 만든 맛있는 팬케이크를
조이가 서빙하는 결말이 사랑스러워요
'케이트 닉 조이의 레스토랑'
삼각 표지판을 돌리면
'조이 케이트 닉의 레스토랑'이 되는
삼총사 레스토랑이거든요
원제는 'No Reservations'
'인생은 예약이 없다'는 제목이랍니다
예약할 수 없는 인생이란 의미겠죠
한 걸음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레시피도 없는 인생
무엇 하나 예약할 수도 없는 인생
그래서 더 흥미진진한 거고
닥쳐오는 인생의 물결에 따라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갈 수 있으니
더 재미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다 문득
조이처럼 사랑스러운
기쁨의 선물이 덥석 안겨들 수도 있으니
한 번 살아볼 만한 인생인 거죠
레시피 따질 것 없이 대충 삶아
고소한 팝콘 대신 달달한 초당옥수수
사각사각 씹으며 보기에 괜찮은
솜사탕 같은 영화 '사랑의 레시피'는
사랑스러운 조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