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07 추억의 이름으로
영화 '레이디 수잔'
제인 오스틴은 추억의 이름입니다
책 읽기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
곁에 쌓아두고 읽던 책들 속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도 있었거든요
제인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추억의 이름 제인 오스틴
그녀의 책을 읽던 시절을
그녀의 영화를 보며 추억합니다
19세기 영국 시대극의
부드럽고 예쁘고 로맨틱한 영상과
밝고 유쾌한 분위기에 잠시 젖어들며
나 홀로 티타임~
오후의 홍차 한 잔을 마시는 기분으로
영화 '레이디 수잔'을 봅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탱자탱자 자유부인이 된
레이디 수잔(케이트 베킨세일)은
빼어난 미모와 똑똑한 머리와
매력적인 말솜씨를 십분 발휘하며
남자든 여자든 주변 사람들을 쥐락펴락
세간의 소문 따위 겁내지 않고
그까이꺼 뭣이 중헌디~
룰루랄라 당차게 살아갑니다
한 마디로 팜므파탈 캐릭터죠
나이팅게일처럼 노래는 잘하지만
사회생활을 잘 모르는 내성적이고 순진한 딸 프레데리카(모르피드 클락)를 답답해하며
멍청하고 돈 많은 귀족 제임스(톰 베넷)와 결혼시키려 계획하지만 순조롭지 않고
그 와중에도 유부남 맨워링과
연하의 순진남 레지널드(자비에르 사무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다가
그만 레지널드에게 들키게 됩니다
들켰다고 당황할 레이디 수잔이 아니죠
양다리를 들킨 그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끝장이라고
오히려 큰소리 뻥뻥 쳐대는
요망하고 발칙하고 당돌한 여자랍니다
게다가 딸 프레데리카와 레지널드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그녀의 계획은 꼬일 대로 꼬이고 어긋나지만
이런저런 오해와 이해를 거치며
엉기고 설킨 가닥을 풀어낸 후
엄마인 레이디 수잔은 제임스와 결혼하고
딸 프레데리카는 레지널드와 결혼하게 되어
사랑의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이 유쾌하고 재미납니다
하마터면 레이디 수잔에게 넘어가
연상연하 커플이 될 뻔했던 레지널드가
아내 프레데리카를 향해
이렇게 읊조립니다
'인간의 모든 품위를 지닌 그대여
살가운 자태와 매혹적인 얼굴
그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은 상냥함이네
진정한 아름다움의 미덕은 그 안에 있으니'
막장이지만
얄밉거나 속 터지지 않고
톡톡 튀는 대사들이 재미나서
나른한 여름날의 오후를 보내기에
딱 좋은 유쾌한 영화죠
서간문으로 되어 있다는
단편 "레이디 수전'도 읽어보고 싶어요
원제목은 Love & Friendship 이래요
제인 오스틴이 열아홉 어린 나이에
풋풋한 감성으로 쓴 첫 작품이라는데
생전에 정식 출간되지는 않았답니다
길고 나른한 여름날 어느 오후
풍자와 위트와 심리 묘사가 매력적인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영화든 소설이든
나 홀로 티타임에 곁들이면 좋을 듯해요
올망졸망 티푸드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던
지난날의 풋풋한 기억들이 되살아나
달콤한 마카롱도 되고
고소한 스콘도 되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