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06 비의 계절

능소화 뚝뚝 비에 젖어드는

by eunring

그녀의 고향집 담장에 핀

주홍빛 능소화 뚝뚝 떨어져

하염없이 빗물에 젖어드는

지금은 비의 계절입니다


계절과 인생은 단짝 친구인 듯

비슷하게 닮았다는 생각을

담장 아래 떨어져 누워서도 여전히 고운

꽃다운 주홍빛을 보며 생각합니다


비슷하게 닮은 듯

그러니 전혀 다르기도 한

그래서 친구이고 자매들 같은

계절과 인생과 날씨의 삼박자를 타고

고운 꽃들이 피고 지듯이

인생의 하루하루도 피었다 집니다


맑았다가 흐렸다가 바람도 불고

따사롭기도 하고 매섭기도 한

계절과 인생의 길모퉁이에서

묵묵히 피었다가 지는 꽃송이들처럼

왔다가 머무르다 미련 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꽃밭에서 피어난 오늘 하루가

손에 쥔 한 알의 씨앗처럼 귀하고 소중합니다


만났다 헤어지는 모든 것들이

촉촉이 빗물에 젖다가

햇살에 보송보송 개운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바람에 흩날리기도 하듯이

오늘이라는 하루의 꽃 한 송이도

피었다가 또 저물어가겠죠


흐리게 머무르는 비의 계절

오늘 하루 빗줄기를 가려줄

작은 우산 하나 가방에 챙겨야 하듯

마음의 우산도 하나 곁에 두어야겠어요


그녀의 고향집 담장 아래

피어날 때 곱고 비에 젖으면 더 붉어지고

땅에 떨어져 누워서도 여전히 고운

밝은 주홍빛 꽃등불 능소화를 보며

곁에 둔다는 것과 곁을 준다는 것의

작은 차이를 문득 생각해 보는

비 오는 아침입니다


고울수록 애틋하게 비에 젖기 쉬운

사랑스러운 모든 것들을 다 곁에 둘 수는 업지만

다정한 친구 한 사람 있어 곁을 내주고

함께 그리움 나눌 수 있다면

雨요일도 花요일이 되어 피어나겠죠

능소화 꽃등불처럼 곱고 환한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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