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18 자매들의 시간

영화 '나와 언니와 셀린 디온'

by eunring

예민 언니와 까칠 동생

두 자매의 이야기랍니다

낭만적으로 예쁘장하 포장한

곱고 아련하고 감성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시종일관 티격태격

자매들의 거침없는 현실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죠


영화 제목에는 셀린 디온이 들어 있지만

셀린 디온이 영화에 나오지는 않아요

셀린 디온의 노래를 좋아하는 아빠와

셀린 디온과 함께 노래하는 것을 꿈꾸는 언니와

셀린 디온과 전혀 상관없는 동생이 등장합니다


감성적인 프랑스의 가을빛 속에서

동생 같은 철부지 언니와 언니 같은 동생이

엇갈리고 부딪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전혀 다르면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사랑과 미움으로 보듬어가는 모습이

흐뭇하고 뭉클합니다


마음이 여린 언니 발리(제라르딘 나카슈)는

노래밖에 모르는 철부지 유리 멘탈이라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듯이

세상 물정 따위 상관없는 어른이로 살아가는데

그걸 또 딸바보 아빠는 다 받아줍니다


단호박 동생 미나(레일라 벡티)는

감정 표현에 서툴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의사로

닥터 퀸이라 불리죠


달라도 완전 다른 자매 발리와 미나는

가까이 살면서도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자매를 아끼고 사랑하는 딸바보 아빠

레옹(패트릭 팀싯)이 자매들 사이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요


가수인 듯 가수 아닌 가수 같은

발리의 최종 오디션이 다가오는데

아빠 레옹의 항암치료 일정과 겹치자

어쩔 수 없이 미나가 발리와 동행하게 됩니다


메인 가수가 아닌

백업 가수가 꿈인 이유를 묻자

그래야 인맥이 생기고

메인으로 나갈 수 있다고 발리는 대답해요

십수 년 전 '더 보이스'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결혼식 축가를 부르며 생활하고 있는 발리에게는

코러스 가수가 되는 게 실현 가능한 꿈인 거죠


아빠의 입원 사실을 모르는 언니 발리는

오디션을 앞두고 더욱 예민해진 데다가

절친에게 남자 친구를 뺏기고 놀라는 바람에

다리를 다쳐 깁스까지 한 상태인데

파리까지 가는 택시값이 너무 비싼 탓에

아빠의 낡은 차를 동생 미나가 운전해서

언니 발리와 함께 가게 됩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현실과 거리가 먼 언니 발리를 바라보는

미나의 눈에 언니의 모든 것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죠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언니 발리는 엄마의 빈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언니로서 책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안함까지 잔뜩 끌어안고 있는데

미나는 미나대로 예민한 언니 대신 끌어안은 현실의 묵직함으로 인해 까칠하게 날이 서 있어요


아빠가 좋아하는 가수 셀린 디온의

백업 가수가 되기 위한 오디션에 참가한

언니 발리와 동생 미나는 이틀을 함께 하며

틈만 나면 티격태격 다투고 어긋납니다


언니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에게

마음을 몰라주니 야박하다고 서운해하고

동생은 동생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디션 때 부를 노래까지 양보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매정한 언니의 모든 것이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언니 곁을 지켜줍니다


셀린 디온을 위해 노래하는 게 꿈이냐고

동생 미나가 언니 발리에게 묻자

셀린 디온과 함께 노래하는 게

꿈이라고 대답하는 언니 발리

미나는 뜻밖의 장소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응원하게 되죠


언니 발리는 소화제를 사기 위해

동생 미나는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러

둘이 함께 외출했다가

발리를 가수 제니퍼로 오해한 사람들 앞에서

제니퍼 대신 발리가 노래를 하게 되었을 때

미나는 먼저 박수를 보내죠

'누구든 무대에 서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미나의 말에 다 함께 박수를 보내줍니다

각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언니 발리의 오디션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동생 미나는 언니와 헤어져

아빠가 입원 중인 병원으로 돌아옵니다

오디션 참가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떠나던 발리도

중간에 버스에서 먼저 내리죠


동생 미나가 먼저 아빠 곁에

언니 발리는 나중에 아빠 곁으로

발리와 미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병원으로 아빠를 보러 옵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몽마르트르 맛집에서

똑같이 사온 패스츄리로

자매는 그렇게 통합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무척 아낀다고

간호사에게 딸들 자랑을 하며

치료를 받기 위해 걸어가는

아빠의 뒷모습을

나란히 바라보며 자매는 웃어요


아빠의 뒷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흩날리는 단풍잎들을 바라보다가

서로에게 기대어 웃는

자매의 모습이 흐뭇하고

비로소 서로의 곁을 다정히 내주는

영화의 엔딩이 아름답습니다


정감 있는 가을 풍경과 함께 하는

현실 자매의 모습이 웃프면서도

가을볕처럼 따스합니다

가족은 사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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