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07 사랑에 빠진 마음
에릭 사티 '나 그대를 원해요'
나 그대를 원해요~
제목이 바로
사랑의 고백입니다
새로운 음악 세계를 추구하여
그 시절 음악계의 이단아였던
피아니스트 에릭 사티가
모델이며 화가인 수잔 발라동을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사랑에 깊숙이 빠져버린 마음과
사랑의 행복을 그린 노래인 거죠
사티가 한동안 반주자로 지냈던
프랑스 가수 폴레트 다르티를 위해
작곡했다고도 전해지는데요
진실은 오직 에릭 사티의
마음 안에 있을 테고
앙리 파코리의 노랫말에 붙인
아름다운 멜로디가 애틋합니다
가사는 이러해요
~그대의 고뇌를 이해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뜻에 따를 테니
그대의 연인으로 받아주세요
지혜는 멀고 슬픔은 깊지만
나는 소중한 순간을 간절히 원해요
행복한 순간을 바라고
그대를 원해요
그대를 동경합니다
그대의 풍성한 머리카락은
후광으로 빛나
우아하게 반짝이는
성상의 둥근 빛과 같아요'
화가인 툴르즈 로트렉의
연인이었던 수잔 발라동은
몽마르트르 예술가들이 동경하는
뮤즈였다고 해요
드가와 르누아르 등
화가들의 모델이었다가
스스로 그림을 그려 화가가 되었다니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가 봅니다
세탁일을 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몽마르트르 검은 고양이 카바레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던
에릭 사티를 만나게 됩니다
에릭 사티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반년 간의 사랑 후
어느 날 문득거울을 통해 본
수잔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의 평생 단 한 번의 사랑은
안타깝게 끝이 납니다
수잔과 이별 후
그가 작곡한 '짜증'에는
사랑에 대한 배신감과 아픔 그리움 등
온갖 감정들이 뭉뚱그려 담겨 있고
악보에는 '아래의 구절을
840번 반복해서 연주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은 채 침묵해야 한다'는 등의
유별난 메모가 적혀 있답니다
그렇게 연주하려면
무려 열 시간이 넘어간대요
같은 멜로디를 840번씩 연주하려면
정말 짜증이 날 것 같아요
평생 가난하게 지낸
독신남 에릭 사티가 죽은 후
남은 것은 악보와 고장 난 피아노
다 입지 못하고 남긴 회색 벨벳 양복들
그리고 악보에 그린 수잔 발라동의 초상화
그녀에게 부치지 못한 한 묶음의 편지
자신의 모습은 찢겨나간
한 장의 사진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간절히 원한 건
사랑이었을까요
음악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자신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