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08 동생참견시점
고만고만 도토리 키재기
옷방이 따로 있지도 않고
가진 옷이 그리 많지도 않아요
뭐 그리 비싼 옷도 아니고
귀한 명품도 아니지만
대충 걸칠 만큼은 있는데
얼마 전 동생에게
한 소리 들었습니다
입고 있는 그 옷 오래되었으니
이제 그만 내다 버리라고
최신상이라며 반짝이는
우주복 닮은 패딩 하나
무심히 툭 건넵니다
입을 만큼은 있다는 말에
동생이 흥칫뿡~
도토리 키 재기도 아닌데
모양도 빛깔도 거기서 거기
그 옷이 다 그 옷이라
볼 때마다 어슷비슷
단벌옷 같다는 거죠
그래서 감사히
새 옷을 받아 입습니다
아끼지 않고 자주 챙겨 입으며
거울을 보다가 푸훗 웃어요
모자를 푹 눌러쓰고
펑펑 하얀 눈을 맞으면
화이트 초코송이 요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정은 무슨~
잠시잠깐 웃어보는
부질없는 상상이고
철없는 착각입니다
그저 편한 옷에 먼저 손이 가고
동네 안에서는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동네 밖으로 나설 때도
별로 달라지지 않으니
때와 장소에 맞춰
제대로 갖춰 입으라는
잔소리를 듣곤 합니다
그렇군요
내가 딸시점에서
엄마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했듯이
동생참견시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동생이 아니라서
동생 입장이 되어본 적 없는 내게
두 언니를 둔 친구의 말이
동생시점은 다르다~입니다
그 친구도 언니들에게
잔소리를 한다는군요
딸들이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듯이
동생들도 언니에게 잔소리를 한대요
그래서 그러려니 합니다
동생들이 한 소리 건널 때마다
마디마디 사랑이고 관심이려니~
어차피 자매들이니
좀 낫거나 뒤처지거나
거기서 거기
도토리 키 재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