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47 엄마하고 나하고
나비를 노래해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은
노래 가사에 나오지만
엄마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은
노래 가사에 나오지 않아요
아빠하고 나하고 꽃 나들이를 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일찍 하늘 여행을 떠나셨고
엄마하고 나하고 함께 만든 꽃밭은 없으나
꽃나들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여름꽃은 많지 않아서
아침에 엄마랑 잠시 걷는 길에
현관 입구 소나무와 감나무에게 안녕?
손 흔들며 인사 나눌 때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고
엄마가 좋아하십니다
하늘하늘 분홍으로 피어 있는
배롱나무 꽃이랑 인사 나누다가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 날아오르면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엄마는 나비 노래를 부르십니다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가사도 또박또박 기억하시니 신기합니다
조금 더 걷다가 잠자리도 만납니다
잠자리 날아오르는 뜨거운 여름날
엄마의 기억 속에서 잠자리채가 갑툭튀~
어릴 때 잠자리채 들고 잠자리 많이 잡았다고
신나게 자랑을 시작하시네요
그런데요 안타깝게도
어린 꼬맹이 엄마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고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를 잡는
꼬맹이 엄마의 모습도 상상이 되지 않아요
어쩌면 엄마 어릴 적이 아니라
엄마가 돌보시던 손주들 어릴 적에
잠자리채 들고 잠자리 쫓아다니는
손주들 뒤를 따라다니시던 기억이
솔솔 피어난 것이 아닐까요?
어떤 기억이든 기억하시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보이시는 엄마를 위해
'나비야' 동요 가사를 외어야겠어요
뒷부분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서
버벅거리다가 엄마한테 핀잔을 들었거든요
매미 소리도 뜨겁게 들리고
바람도 무덥게 감기는 여름날
손풍기 쐬어가며
'나비야' 노래를 부릅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
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미리미리 고추잠자리 노래도
찾아서 외워놔야겠어요
이리 뜨거워도 여름은 지나가고
금방 가을이 오고야 말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