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55 엄마의 발톱꽃

장미매발톱꽃의 사랑

by eunring

살다 보니 어쩌다

엄마의 발을 만지게 되었어요

동생의 명을 받아

발톱을 깎아드리고 싶어서였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죠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엄마가 내게

선뜻 발을 내맡기신다는 거였어요

예전 같으면 손에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살며시 뿌리치셨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십니다


손 내밀어도 잡지 않으시던 엄마가

맨발까지도 덥석 내주시는 모습이

괜스레 먹먹합니다

예전과 달라지신 엄마의 모습이

애잔하고 안쓰러워요


엄마의 손은 아직도 여리고 고우신데

발은 손보다 덜 예쁘십니다

고단한 인생길 타박타박 걸으시느라

발도 미워지고 발톱도 무뎌지셨나 봐요


손톱은 슬플 때마다 돋고

발톱은 기쁠 때마다 돋는다는 속담이

문득 생각납니다

발톱보다 더 잘 자라는 손톱처럼

슬픔이 기쁨보다 더 잦다는 의미죠


못생겨진 엄마의 발과

고집스럽게 무뎌진 발톱을 보다가

언젠가 친구님이 보내준

장미매발톱꽃 사진이 생각났어요


하양 장미매발톱꽃의 꽃잎들처럼

울 엄마의 발톱꽃도

한때는 여리고 투명하고 고우셨을 텐데

세월에 시달리며 비탈길 걸으시느라

미워지고 무뎌지고 고집도 생기신 거죠


엄마의 발톱꽃이 애틋한 만큼

하양 장미매발톱꽃이 사랑스러워요

레이스를 겹쳐 놓은 화려한 겹꽃이

장미꽃을 닮아 장미매발톱꽃인데

불가리스매발톱꽃의 겹꽃 종류랍니다


꽃의 뒤쪽 꽃뿔이라 부르는 긴 꿀주머니가

매의 발톱처럼 안으로 굽은 모양이라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답니다

한 포기에서 피어나는

꽃들의 빛깔도 저마다 다르고

다른 꽃의 꽃가루를 좋아하는

바람둥이 꽃이라 해마다 피어나는

꽃의 빛깔도 다르다니 엉뚱하고 재미납니다


꽃잎을 문지르면

힘과 용기가 샘물처럼 솟아난다는

매발톱꽃을 프랑스에서는

성모의 장갑이라 부른다죠


8월이 와도 매미 울음소리 여전한데

마음은 여름에서 벗어나려 안달을 해요

우렁찬 매미소리는 내년을 기약하며 잦아들고

가을이 솔바람 안고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오는 가을에는

손톱 발톱이 다 먹는다는 속담처럼

곡식과 열매가 무르익어

무엇이나 다 보약이 된다고 하니까요


엄마가 맛난 음식 많이많이 드시고

몸도 건강 마음도 튼튼~

손톱 발톱까지 반짝반짝 윤기 머금어

바라보는 내 마음까지 환하게 빛나는

가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요

이처럼 순수하게 아름다운

장미매발톱꽃의 꽃말이

버림받은 애인이라니

세상에 이런 꽃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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