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66 인생이라는 오솔길
영화 사랑과 음악 사이
사랑과 음악 사이에는
인생이라는 오솔길이 있겠죠
해나(레베카 홀)와
앤드루(제이슨 서다키스) 사이에
헌터의 마지막 노래가 있듯이
인생이라는 조붓한 오솔길에는
연둣빛 희망이 함께 합니다
천재 뮤지션인 남편 헌터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추억의 집에 홀로 남겨진 해나는
헌터의 알려지지 않은 삶에 대한 글을 쓰겠다며
뉴욕에서 날아온 작가 앤드루와 함께
헌터의 전기를 쓰기로 합니다
헌터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는 앤드루가
해나에게 헌터에 대한 전기를 쓰려는 이유를 묻자
마음에 가득했던 사랑을 다 주지 못했다는
해나의 대답에 아쉬움이 가득해요
가슴에 남은 사랑을 책에 담아
헌터에게 주고 싶은 해나의 마음이 절절합니다
해나가 앤드루에게 건네는
헌터와의 결혼식 이야기가 인상적이죠
두 사람의 결혼식은 봄이었는데
결혼식 전날 내린 폭설로
결혼식이 열릴 정원이 하얗게 덮여버렸답니다
헌터와 해나는 산에 올라가 사랑의 서약을 하는데
온 세상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고
헌터가 말했다고 회상하죠
눈앞의 세상이 온통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순백의 신부가 된 모습을 상상만 해도
포근한 축복의 장면이 떠올라요
해나의 가족 모임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해나의 엄마에게 앤드루는
헌터의 음악을 좋아하냐고 물어요
해나의 엄마는 헌터를 아들처럼 아꼈으나
해나가 평생 헌터를 놓지 못할까 걱정하죠
헌터는 어둠이 느껴졌으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헌터를 잊지 못하는 해나가
헌터의 그늘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기를 바라는 거죠
헌터가 남긴 그림자가 옷장을 가로막아서
옷을 갈아입기도 어렵다는 해나에게
우울이 아니라 순수한 의미의 슬픔이고
당연한 일이라는 앤드루가
사랑하면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하자
해나는 스팅의 노래냐 묻고
달라이 라마가 먼저 한 말에
스팅이 연주를 입힌 거라고 대답하는
앤드루에게도 어릴 적 상처가 깊어요
스스로 세상을 버린 아버지로 인한
슬픈 그림자를 안고 있으니
해나에 대해 이해가 깊을 수밖에요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한 두 사람은
함께 헌터의 작업실로 갑니다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물건들과
음반들 속에서 헌터의 마지막 노래와 만나죠
앤드루를 먼저 보내고 해나는
혼자 울다 웃다 울먹이며
헌터의 마지막 노래를 들어요
산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해나는
헌터의 마지막 노래 속에서
헌터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과
그의 빈자리를 실감합니다
노래에 대한 소감을 묻자
앤드루는 정말 아름답고 엄청 슬펐다고 하죠
해나는 슬픈 노래가 아니라며
진정 사랑하면 자유롭게 놓아두라는 앤드루에게
헌터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집착했다며
뉴욕으로 돌아가라고 해요
헌터를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은
마지막 노래를 만난 순간 여전히 설레고
그리움과 상실의 아픔으로 가득하니까요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얼마 후 해나에게 헌터의 전기 원고와
서점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안나가 기차에 몸을 던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앤드루의 메모가 배달됩니다
해나가 차마 쓰지 못한 헌터의 이야기를
앤드루가 대신 쓴 것이죠
앤드루와 함께 얼어붙은 호수를 바라보며
겨울의 울음소리를 듣던 해나는
여름 풍경도 보여주고 싶다고 하며
희망을 얘기합니다
'계절을 버티며 사는 게 좋아요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다 보면
얼음이 녹아 진흙이 되다가
끈적이는 갈대밭이 되는 모습운 보며
다시 희망을 얻으니까요'
희망을 느끼냐고 앤드루가 묻자
그러고 싶다는 해나의 대답에
이미 연둣빛 희망이
풋풋하게 스며들어 있죠
남은 평생 눈물로 사는 건
헌터가 원하지 않을 거라고 앤드루는 말해요
헌터는 훌륭하지만 자신의 눈에는
헌터가 노래를 바친 여자만 보인다고 하자
'그 여자는 아직 헌터를 사랑한다'는
해나의 대답이 단호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죠
'늘 현재에 충실하게 살다가
지난 생일 때처럼 행복하게 죽고
다음 생에는 우리 손녀들의 고양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에스더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며 해나는
헌터와도 작별합니다
사랑하면 놓아주어야 하니까요
곱게 눈 감은 에스더 할머니에게
'소원을 다 이루셨으니
멋진 고양이로 돌아오시라'는 작별인사에
덤으로 그에게 작별인사 전해 달라는
해나의 독백이 새로운 사랑에 대한
그녀의 답인 셈이죠
해나는 다급하게 오토바이의 뒤에 타고
떠나는 앤드루의 차를 뒤쫓아요
앤드루와 처음 만난 듯 사랑의 인사를 나누는
해나의 노란 옷에 희망이 묻어 있네요
인생의 오솔길 같은 잔잔함으로
'사랑과 음악 사이'는 해피엔딩~
'잠들게 해 주오
아침의 나른함 속에서
나는 가야 할 곳이 있고
내 꿈들은 나를 부르네'
엔딩곡이 잔잔히 아름다운데
사랑 영화라기에는 애매하고
음악 영화라기에도 조금은 모호합니다
제목처럼 사랑과 음악 사이에
어중간히 걸쳐져 있어 아쉽지만
거친 듯 순박한 자연이 아름답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빈자리를 서성이는
해나의 모습이 애틋해서 그냥 괜찮은~
휑하게 비어버린 사람의 자리는
사람의 온기로 채워야 한다지만
헌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앤드루와 맥락 없는 사랑에 갑자기 빠지기보다
자연스러운 우정으로 흘렀어도 좋으리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덤으로 얹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