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78 슬픔의 나비 떼 같은

나무수국 꽃 이파리

by eunring

아무런 이유나 예고도 없이

약속하지도 않은 슬픔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하늘거리는 꽃 이파리 안고 바람이 불어오듯이 슬픔의 꽃 이파리 쌉싸름한 향기로 스며들다가

소리도 없이 내려앉는 저녁 어둠인 듯

마음의 창가에 내려앉기도 하고

파도가 새하얀 손수건 나풀대듯이

와락 슬픔의 파도가 되어

거침없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반갑지 않은 손님이거나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웃처럼

애써 밀어내고 싶은 마음에

뒷걸음질을 치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나무수국 새하얀 꽃송이가

알알이 슬픔을 매달고 있는 것 같아

한없이 애잔할 때가 있어요

기쁨으로 바라보면

송이마다 눈부신 함박웃음꽃인데

슬픔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김없이 슬픔의 나비 떼인 거죠


그렇군요~슬픔의 나비 떼는

새하얀 나무수국 꽃을 닮았어요

어찌 보면 활짝 핀 함박웃음이고

다르게 보면 방울방울 눈물이니까요


나를 덮칠 듯 밀려오는

느닷없는 슬픔의 파도 소리는

겉보기에는 소란하고 드세 보여도

속마음은 꽃잎처럼 여리고 약하거든요

나풀대는 하얀 나비 떼 같은 슬픔이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고

세상 어디에도 어깨 기댈 곳 없어

이리저리 나풀대며 기웃기웃 헤매다가

잠시 머물러 지친 날갯짓 쉬고 싶어

내 창문 가에 날아드는 거잖아요


피하지 말고 맞이해요

밀어내지 말고 안아줘요

외면하지 말고 눈 맞춤해줘요

슬픔도 머뭇머뭇 망설이며

창문 밖을 서성이고 또 서성이다가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리는 거잖아요


나에게 오는 모든 것이

다 내 선택은 아니듯

슬픔도 그런 거죠


모든 만남이 인연이라면

슬픔과의 만남도 인연인 것이죠

슬픔도 나에게 오는 손님이고 친구인 거고

눈부시게 피어나는 아침 햇살 닮은

화사한 기쁨이 있으니

저녁 노을빛 감성 담긴 슬픔도

저만치 기다리다 오는 것이고

별이 지듯 슬픔이 저물어야

또 다른 기쁨도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죠


작고 보잘것없는 내 마음 그릇에 담기고 싶어

바람의 꽃 이파리 되어 내게 오는 슬픔과

새하얀 나비 떼로 날아오는 눈물방울을

다독이며 안아주기로 합니다


내 눈에 담을 수 없는 눈물이 아니기를

내 마음보다 더 큰 슬픔이 아니기를

내가 휘청거릴 만큼 큰 파도가 아니기를

나무수국의 하얀 꽃 이파리처럼

곱고 잔잔한 슬픔이기를 바랄 뿐

피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가만가만 안아줄 생각입니다


나에게 오는 슬픔 역시

미우나 고우나 나를 찾아온 내 것이니

친구처럼 귀하게 맞이하고

사랑으로 보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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