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79 사랑을 전하는 빗소리

베토벤 '멀리 있는 연인에게'

by eunring

고요히 스치는 바람에 잘랑대며

금방이라도 해맑은 풍경 소리가 울려올 듯한

친구님의 초록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사진에도 그리움이 담긴다는

생각을 하며 웃는 순간

빗소리가 주룩주룩 제법 굵어집니다


'사랑의 힘은

나의 슬픔을 움직이네'

노래는 가을을 안고 오는 빗소리에 묻히는데

노랫말 자막이 또랑하니 눈에 들어와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입니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바이러스 소동으로

거리 두기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다 보니

서로에게 멀리 있는 연인이 되어버린 요즘

그리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간절한 사랑을 담은 손짓이

빗줄기에 젖어 팔랑이는 듯~


멀리 있는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는

엄근진 음악기 베토벤의 감성이

빗줄기 사이로 애틋하게 스며듭니다

그 시절에도 거리 두기가 있었을까요?

사연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연인과

멀리 떨어져 있었던 걸까요?


대부분 거의 실패로 끝났다는

베토벤의 러브 스토리에는

누군지 분명하지 않은

불멸의 연인이 등장합니다


마흔한 살의 베토벤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편지의 수신인

불멸의 연인이 어쩌면

멀리 있는 연인이었을지도 모르죠

그 무렵에 작곡한 노래라고 하니까요


그 무렵 귓병이 심해진 베토벤은

거의 들을 수 없게 되어

깊은 절망과 좌절감에 시달렸고 해요

사랑하는 연인은 물론이고

세상 모두가 그에게는

멀리 있는 연인이었을지도 모르죠


6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은

오스트리아의 의사이며 시인이고

절친인 알로이스 야이텔레스가

베토벤에게 보내준 시에 곡을 붙였답니다


모두 여섯 곡의 노래가 15분 정도

이어서 연주되는 통작 가곡인데요

애절한 사랑의 하소연과 간절한 그리움이

베토벤의 심정을 담은 듯 절절합니다


1곡 '언덕 위에서 바라보네'는

산 위 언덕에 올라가

그녀를 만났던 먼 곳을 바라보며

아득히 멀리 있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드는 노래이고


2곡 '산들이 그토록 푸르른 그곳'은

바람 부는 골짜기의 고요한 숲에게

만나지 못하는 괴로움을 건네며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애절한 안타까움을 담은 노래죠


3곡 '높이 떠오른 가벼운 구름과 작은 새'에서

그녀를 향한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구름과 새와 서풍과 시냇물에게

살며시 전하기도 하고


4곡 '높은 하늘에 흐르는 구름아'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연인에게 데려가 주기를 바라는 안타까움이

새하얀 구름이 되어 흐릅니다


5곡 "5월이 돌아오고 들에는 꽃이 피네'는

봄이 왔으나 그녀를 만날 수 없어

혼자 봄을 맞이하는 탄식의 노래이고


6곡 '이 노래를 들어주오'는

노래가 사랑을 이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노래죠

해질 무렵 그녀가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사랑이 이루어지리라는 가슴 먹먹한 고백입니다


연인과 멀리 헤어져 있는

그립고 애틋한 마음으로 시작하여

그녀가 보고 싶은 마음의 절절함과

봄이 와도 그녀가 멀리 있으니

내 마음에 봄이 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건네다가

제6곡에 이르러 그녀가 이 노래를 듣는다면 사랑이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애틋한 희망으로 마무리합니다


베토벤의 깊고 묵직한 슬픔 속에는

늘 그렇듯이 간절히 반짝이는

희망과 환희가 담겨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멀리 있는 연인에게'

노래에 담긴 사랑과 희망을

그리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늦여름 빗줄기의 손짓을 비집고

가을의 첫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


'사랑하는 연인이여

그대를 위한 이 노래를 받아주오

감미로운 류트 소리에 맞추어

저녁에 다시 노래해 주오'


여섯 곡으로 이어지는

구구절절 애틋하고 절절한 노랫말이

결국은 세 마디인 거죠

그립다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노랫소리는 자꾸만 빗소리에 묻히는데

그리운 마음과 보고픈 마음

한달음에 달려가 만나고 싶은 마음은

세차게 굵어지는 빗소리처럼

점점 더 진해지고 선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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