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84 커피 티백을 우리는 시간
세상의 모든 커피는 옳아요
당모치라는 말이 있잖아요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
내게는 당모치가 아니라
당모피입니다
당연히 모든 커피는 옳다~
나 어릴 적 함께 살던
멋쟁이 고모는 조카바보라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
가끔 나를 데려가기도 했어요
어른들의 세상인 다방을 구경하고
내 앞에 놓인 고소한 밀크 대신
한 모금 맛본 커피맛은 신세계였죠
중학생 때 시험공부 함께 한다고
친구 집에 가서 쭈욱 마셨던
설탕 듬뿍 가루 커피는
마법처럼 졸음을 쫓아버리고
정신을 말똥말똥 맑아지게 했으나
시험공부 대신 딴생각을 하기에
참 좋은 달콤 커피였어요
책 읽을 때 습관처럼
커피 한 잔 친구 삼던 철부지 시절에
커피는 책 속의 낯선 세계를
함께 걷던 향기로운 친구였죠
인스턴트 알갱이 커피에 프림과 설탕
균형과 조화가 커피맛을 살려냈어요
별다방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친구들이랑 대학로 별다방에서 마셔본
한 잔의 커피에는 스토리가 담기기 시작했고
개운한 커피 한 잔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죠
커피가 좋아서 커피를 배워보기도 하고
서툰 솜씨로 핸드드립도 내려보고
거품 퐁퐁 카페라테도 열심열심 만들어보다가
세상에서 맛있는 밥이 남이 해주는 밥이듯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도
남이 내려주는 커피라는 것에 공감 1표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함께 마시는 커피는 정겹고
혼자 멍 때리며 마시는 커피는
외로우나 여유롭죠
대개는 테이크 아웃으로 마시지만
번거로운 핸드드립 대신
간편한 드립백 커피를 마시다가
그보다 더 초간단 커피 티백으로 마시는
게으른 잔머리도 굴려봅니다
요즘은 커피 티백도 제법 괜찮아요
원두가루가 담긴 두툼한 커피 티백을
딱 3분만 멍 때리며 우려내면
빛깔도 향기도 맛도 아름다워서
당모피~라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럼요 세상의 모든 커피는
당연히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