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86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커피 친구 리프 파이
잎하나라는 아이디를 가진
온라인 언니가 있어요
손바닥 만한 떡갈나무 잎 하나 닮은
달콤 바삭 리프 파이를 보면
그 언니가 생각나죠
나뭇잎을 닮은 리프 파이(Leaf Pie)는
파이의 결이 무려 육십몇 겹이랍니다
바삭바삭 파사삭 소리가
얇고 투명한 수십 겹의 레이스 스치듯
투명한 소리를 내는 리프 파이는
버터 맛에 어우러지는 설탕의 단맛이
부드럽게 녹아들며 사르륵 파삭
기분 좋은 소리를 내죠
리프 파이는 페스츄리인 거네요
버터 듬뿍 넣은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얇게 밀고 또 밀어
여러 겹의 결과 층을 만들어 구워낸 거니까요
그런데 육십 겹 넘게 층층이 쌓였다고 생각하니
뜬금없이 63 빌딩이 떠올라서
혼자 피식 웃어요
거리 두기의 효과로 인해
납작한 파이 하나를 앞에 두고 앉아
맥락 없는 상상만 수십 겹으로 늘어가고
63 빌딩처럼 층층이 높아져 가고 있으니
피식 웃을 수밖에요
겹겹이 얇은 레이스로 층을 이룬 파이가
한 입 베어 물면 바삭 파사삭 부서지고
달콤함까지 사르르 맛있게 녹아들어
기분까지 덩달아 보송해집니다
커피 친구로 딱이긴 한데
조용한 친구는 아니랍니다
모양만 나뭇잎을 닮은 게 아니라
바스락 소리가 낙엽 소리를 닮아
수다쟁이 친구처럼 소란스럽고
이리저리 제멋대로 흐트러지며
존재감을 뽐내거든요
가을이 오고 단풍잎 물들어
바람에 나붓나붓 그네 타듯이 흔들리고
낙엽이 되어 바람 타고 흩날리다가
땅에 떨어져 바삭바삭 흐트러지는
가랑잎 파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랑잎은 활엽수의 마른 잎이죠
큼직한 손바닥 같은 떡갈나무 잎을 닮은
리프 파이가 입안에서
가랑잎처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먹고 나면 바삭 달콤 부스러기가
접시에도 옷에도 앉은 지리에도
고소한 부스러기 흔적을 남겨서
얌전히 사귀기는 곤란한 친구죠
갑자기 떠오르는 속담 하나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는~
넙적한 가랑잎이 바늘 같은 솔잎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도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는 속담이 떠올라
커피 한 모금에 리프 파이 한 입 먹다가
하하 웃고 맙니다
웃어야죠
웃을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실실 웃어야
뇌가 행복해진다고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