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98 풋풋한 설렘의 향기
나무수국 라임라이트
나무수국이랍니다
이름이 라임라이트래요
지나다니면서 나는 혼자 속으로
'불현듯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손톱만큼 작은 하얀 꼬맹이 전구들이
올망졸망 모이고 또 모인 듯
반짝반짝 새하얗게 피어난
라임라이트 꽃을 보면
불현듯~이라는 말이 떠오르거든요
불현듯~이란
불을 켜서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갑자기 어떤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불을 켠 듯이 떠오르는 것을 말하죠
나무수국 라임라이트는
키가 쑥쑥 자라면
2미터가 넘기도 한다는데
내가 지나는 길가 화분에 자라고 있는
라임라이트는 내 키보다 조금 커요
키가 나보다 커다래서
키다리 언니라 부르고 싶은
나무수국 라임라이트는
저 멀리 유럽에서 건너왔으니
유럽 미인처럼 키가 크고 늘씬하고
얼굴도 하얀가 보다~ 생각하며
혼자 웃기도 합니다
대개의 수국이 장마가 올 무렵
초여름에 피어나는데
나무수국은 조금 천천히 피어
여유롭게 가을장마를 마중하죠
꽃송이가 나무수국 중 가장 탐스럽고
꽃이 피어 머무르는 기간이 제법 길어
백일 정도 오래 볼 수 있고
노지에서 겨울나기도 가능한데
한겨울 영하 20도 정도는
거뜬히 버틴다는군요
병충해도 그다지 없고
물을 좋아하는 수국이지만
매일 물시중을 들지 않아도 된다니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대개의 나무수국이
꽃송이를 반듯하게 세우지 못하는데
라임라이트는 자세가 바르답니다
그래도 시든 꽃은 작별의 인사를 건네듯
살포시 고개를 숙이는군요
원뿔형으로 피어오른 큼직한 꽃이
처음에는 라임 닮은 연한 녹색이더니
티 없는 흰색으로 풍성해지다가
시들어 고개를 숙일 때는
다시 연두 아가씨가 되어
수줍은 분홍빛으로 볼을 물들입니다
상큼하고 풋풋한 향기가
설렘으로 다가설 때
청초한 얼굴의 큰언니가
첫사랑에 빠져드는 것 같은
라임라이트 수국이 무리 지어 피어나면
바람에 하늘거리는 수채화 한 폭처럼
맑고 싱그러울 것 같아요
나무수국 라임라이트는 정원에 심거나
담장 옆 양지바른 곳에 심으면 좋다고 해요
나중에 나중에 혹시라도
한 뼘 화단이나 정원을 갖게 되면
한 그루 심어 곁에 두고 싶어요
게으른 나에게 딱 어울리는 꽃나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