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04 그 시절 라떼 감성
영화 '금옥만당'
예쁘장한 얼굴로 귀엽게 망가지는
풋풋한 장국영의 허당미를 볼 수 있어요
귀여운 장국영과 깜찍 발랄한 원영의
졸귀 커플의 천방지축 좌충우돌
티격태격까지도 재미나고 사랑스러워요
1990년대 홍콩 모습과
그 시절 라떼 감성에 빠져들 수 있고
요리 대결도 흥미롭고 울퉁불퉁 유쾌합니다
조금 가볍긴 하지만 웃음이 무거우면
분위기 축 처지고 가라앉으니까요
가끔은 생각 없이 나풀대는 시간도 필요해요
복잡한 머리는 개운하게 비우고
그냥 가볍게 실실 웃고 싶거나
혼자라도 왁자지껄한 기분이고 싶을 때
그 시절 라떼 감성 충만한
홍콩 영화가 딱이거든요
어수선하게 맥락 없이 웃겨주니
웃고 나면 이게 뭥미? 싶다가도
옆머리에 엑스자로 머리핀을 꽂은
새초롬 귀여운 장국영의 밝고 해맑고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무협 장인 서극 감독의 작품이라 그런지
요리 영화인데 무협 느낌이 살며시 스며있어요
용곤보를 연기하는 조문탁은 제2대 황비홍답게
화려한 액션을 잠깐 보여줍니다
요리 영화이면서 코믹하고
알콩달콩 로맨스까지 덤으로 얹어
가벼운 웃음을 툭툭 던져주는데
게다가 남주가 그리운 장국영이니~
중국 최고 요리대회로
영화는 문을 열어요
요걸(종진도)과 용곤보(조문탁)의
요리 대결이 흥미진진합니다
밥 짓기부터 시작하는데요
홍콩 대표 용곤보 셰프는
텐진 쌀로 연잎 향 가득한 밥을 짓고
광저우 대표 요걸 셰프는 강남 쌀에
인삼을 넣어 뒷맛까지 향긋한 밥을 지어요
요걸 셰프의 아내(예숙군)가
병원에서 출산을 앞두고
남편을 애타게 찾는 와중에
두 번째 조각 대결을 시작합니다
용곤보 셰프가 얼음으로 조각한
중국의 상징 만리장성이 예술인데요
어두운 물속에서 손끝의 감각만으로
요걸 셰프는 떡하니 칠복신을 조각해냅니다
세 번째 요걸 셰프의 관당향어와
용곤보 셰프의 해룡쟁주 대결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아내를 보러 가기 위해
요걸 셰프가 기권을 하거든요
기권하고 아내에게 달려간
요걸 셰프를 기다리는 건
아내의 빈자리에 놓여 있는
달랑 편지 한 장입니다
'당신이 일을 선택했듯이
나도 내 인생 살 거야 행복하기 바래'
상심하며 조리도구를 내팽개치는
요걸 셰프의 모습이 짠해요
시간은 훌쩍 5년 후로 건너뛰어
홍콩 요리사 자격 시험장에서 드디어~
꼼수 요리를 어설프게 선보이는
동그란 선글라스 낀 장국영 등장합니다
셰프가 되려는 조항생을 연기하는 모습이
어설프면서도 재미나요
우수 어린 장국영의 눈빛도 좋지만
그저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조직의 이인자인 그는
사채놀이에서 과감히 손을 씻고
요리사 자격증 야무지게 챙겨 들고
짝사랑 야마구치 모모에를 찾아
캐나다 이민의 부푼 꿈을 안고
요리사 자격시험을 보는 중인데요
얍삽한 꼼수를 쓰다가 들통이 나서
그만 합격이 취소되고 말아요
그러다 유명 셰프 용곤보를 만나게 되고
용곤보 셰프는 조항생을 라이벌 식당인
만한루 구조풍(나가영) 사장에게 보내는데요
홍콩 요리계의 라이벌 용곤보 셰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만한루 구조풍 사장이
요리 왕초보인 조항생에게 친절할 리 없죠
재료를 담았다가 되돌리기부터 시키는 바람에
빡세게 고생 좀 하는 조항생은
고생하는 대신 사장 따님의 호감을 득템합니다
천방지축 가수 지망생 구가혜(원영의)의
빨간 머리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아빠의 식당인 만한루에서 일하기 싫어서
사장님 속을 마구 긁어대는 철부지 딸이죠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만한루를 욕심내는
차오판 그룹의 황영 셰프가 나타납니다
황영 셰프의 소고기 볶음 요리 장면이 재미나죠
불쇼를 하는 것처럼 요리에서 불꽃이 피어나요
탕수육 요리를 멋지게 보여주는
구조풍 사장에게
'너 따위가 만한전석을 알아?'
황영은 팍팍 자존심을 건드리며
만한루를 걸고 한 달 뒤
세 가지 요리 대결을 하자는 계약서에
구조풍 사장의 서명을 받아냅니다
홍콩 요식업계를 손에 넣으려는
황영의 계락에 넘어간 충격으로
쓰러진 아버지 구조풍 사장을 대신해
만한루를 살리겠다며 요리를 배워가는
빨간 머리 구가혜 기특한데
요리가 쉽지 않자 조항생이 차라리
용곤보 셰프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합니다
'니들이 만한전석을 알아?
만한전석은 모두 108개의 요리야
그걸 사흘 밤낮으로 만들지
전국 각지의 대표 요리를
한 자리에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중국 음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지'
한족과 만주족의 화해를 위한 요리인
만한전석의 대가가 광저우에 있다고
용곤보 셰프가 슬쩍 알려줍니다
바로 요걸 셰프죠
조항생과 구가혜는
아내와 헤어진 후 술꾼으로 살며
형편없이 망가진 요걸 셰프를 찾아내고
어설픈 소매치기 소동까지 벌이며
요걸 셰프의 부인까지 찾아내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합니다
요걸 셰프는 소리까지 맛있는
진주탕환을 만들지만 모양은 멋있으나
짜고 쓰고 비린내가 난다는 악평을 받아요
기술은 여전하지만 오감을 잃었으니
오감 회복 작전에 돌입하는데요
미각과 후각 찾기 시각 훈련 청각을 위한 침술 등
다채로운 재활치료가 깨알 재미를 줍니다
조항생의 지갑에 들어 있는
짝사랑 야마구치 모모에 사진 대신
자신의 사진을 넣어둔 깜찍한 구가혜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구가혜 앞에서 지갑 속 빨간 머리
구가혜의 사진을 꺼내 찢어버리는 조항생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요걸 셰프는 밥을 차려준 아내에게 감사하며
세상 멋진 멘트를 휘리릭 날립니다
'맛있는 음식 먹는다고 행복한 건 아니야
세상에 맛이 없는 음식은 없어
다른 음식을 먹고 난 후라
맛이 없게 느껴지는 것일 뿐'
요 셰프의 아내는 따뜻한 응원 멘트로 답하죠
'날 위해서라도 만한전석을 만들어줘'
구가혜도 조항생에게 모모에 사진을 돌려주고
'넌 내 사진을 찢었지만 난 그렇게 속이 좁진 않아'
대인배의 모습을 보이다가 미련이 남은 듯
'사진과 사람 중 누가 중요하냐'고 묻자
'둘 다 중요하다'고 답하는 조항생
두 사람의 화해 모드 속에서
드디어 만한전석 요리 대결이 시작됩니다
휠체어에 탄 만한루 구조풍 사장과
차오판 그룹 황영의 요리 대결이 흥미로운 만큼
요리의 재료들도 독특합니다
곰발바닥 요리가 과연 맛있을까요
코끼리와 원숭이라는 재료들이 낯설기만 한데
영화에서는 두부와 닭과 소고기 등으로
식감과 맛을 냈다니 다행입니다
요리 대결에서 다행히 만한루가 이기고
조항생은 모모에를 찾아 캐나다로 갑니다
빨간 머리의 깜찍함 대신 모모에 닮은
청순함을 장착한 구가혜는 주방에서
열심열심 셰프 놀이 중인데
구가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는 조항생의 지갑부터 꺼내 보는 구가혜
은근 뒤끝 있네요
찢겼던 구가혜의 사진이 곱게 붙여져
모모에 사진 대신 꽂혀 있으니 다행인 데다가
'사실 캐나다에 안 갔어
모모에보다 네가 더 예쁘더라'
립서비스까지 덤으로 날려주시니
달달한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죠
장국영의 밝고 해사한 모습이 좋았어요
심각한 고민이나 얽히고설킨 갈등 대신
빨강머리 원영의의 통통발랄 매력까지
산만하지만 유쾌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죠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한 쫀득이 같은 맛이랄까요
배우들이 만한루에서 파티를 하다가
조항생 역의 귀염 뽀짝 장국영이
'대사가 뭐였지' 귀여운 NG를 내면서
출연진 모두 시끌벅적한 건배~와 함께
마이크 장비와 촬영 스텝들의 얼굴까지
와르르 함께 하며 왁자지껄 웃어젖히는
떠들썩한 엔딩 장면도 좋았어요
그렇게 마구 떠들썩하게 모일 수 없고
모여서는 곤란한 요즘이므로 더욱~
가을볕 따가워지고 바람 끝 선선해지는데
눈부시게 웃을 일 없는 요즘이라 더더욱~
금이야 옥이야
귀한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의미의
'금옥만당'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명절 앞둔 마음이 푸근해지니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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