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38 잠시 다녀가는 가을

가을은 스쳐가는 바람인 듯

by eunring

가을은 잠시 다녀갑니다

스쳐가는 바람인 듯 소리도 없이 왔다가

발자국 하나 온전히 남기지 않고

서둘러 달아날 채비를 하고 있어요


겨울이 목화솜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다 떠난 자리에

봄이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다가오고

뜨거움으로 머무르는 여름을 밀어내며

가을은 떠나기 위해 잠시 다녀가는 것 같아요


겨울처럼 포근한 약속도 건네지 않고

풋사랑 봄처럼 피어나 살포시 웃어주지도 않고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으로 머무르지도 않으며

창가를 스쳐가는 바람 한 줄기처럼

가을은 그렇게 어깨너머로 달아납니다


시리고 찬 겨울의 얼음꽃을 녹이듯

봄날의 설렘으로 피어난 안개꽃 더미를

한여름 풀꽃들이 초록 그늘을 드리운 자리에

가을은 어느문득 와서

어쩌자고 마음 한 귀퉁이 툭 건드리고는

눈 마주치고 손 마주 잡을 사이도 없이

부질없는 바람꽃으로 흐트러집니다


이렇게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는 것을 어쩌라고

바람꽃 한 송이로 왔다가

바람 꽃다발이 되어 흐트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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