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56 다정한 쉼표 하나
드뷔시 '기쁨의 섬'
우리들 인생의 거친 바다 어디쯤에
기쁨의 섬 하나 둥그렇게 떠 있고
기쁨의 파도 소리 찰랑대는 순간이 있다면
고단한 인생길 지친 마음 쉬어갈 수 있는
다정한 쉼표 하나 있는 셈이니
그만하면 다행이고 축복이고
아름다운 인생인 거죠
음악은 색과 리듬을 가진
시간으로 되어 있다고 말한
드뷔시의 피아노곡 '기쁨의 섬'을
듣고 싶은 가을날입니다
프랑스 화가 와토의 그림
'시테르 섬으로의 순례'에서 영감을 얻은
드뷔시의 '기쁨의 섬'은 아름답고 로맨틱하죠
사랑에 목마른 소년처럼 늘 사랑을 찾아 헤매던
바람둥이 드뷔시가 아내 릴리를 내팽개치고
불륜 상대인 엠마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뒷이야기가 씁쓸하지만 어쩌겠어요
사랑은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이란 구름처럼 덧없는 것이니~
와토의 그림 속 시테르 섬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나
살았다고 전해지는 섬인데요
연인들이 아프로디테의 축복을 받으려고 찾아갔다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영롱한 비눗방울들이
사랑스럽게 톡톡 피어오르는 듯
몽환적인 느낌으로 시작하는 '기쁨의 섬'은
사랑의 설렘과 떨림과 기쁨으로 눈이 부셔요
밤하늘의 별들처럼 블링블링 화려한 만큼
버림받은 릴리에게는 한없이 쓰라린 상처를
후벼 파듯 아프게 들렸을 테니
사랑도 음악도 인생도
아름다운 만큼 슬픔을 주는 것이죠
이홍섭 시 정남규 곡 '등대'의
노래의 가사가 문득 떠오릅니다
'나는 후회하며 당신을 떠나네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
헤어짐도 만남의 일부이고
후회도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내다본 창밖에서
가을볕이 유난히 금빛으로 반짝입니다
기쁨도 슬픔도 사랑의 후회까지도
그 모두가 우리 인생의 일부이고
한 줄기 바람 스치고 지나가는
지금 이 순간마저도
영원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웃어봅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의 반짝임이
행복의 파도 아낌없이 찰랑이는
기쁨의 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