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63 무심하다는 말
무심천 물억새
물억새 사진을 봅니다
무심천변 물억새랍니다
물가에서 빛을 품고 살랑대니
하마터면 갈대라고 말할 뻔했어요
생긴 모습도 비슷한데
꽃이 피어나 바람에 나풀거리는
시기도 거의 비슷한 갈대와 억새를
해마다 만나면서 자꾸만 헷갈리는 것이
미안하고 민망하여 내 무심함을 탓해봅니다
무심함이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으나
무심해서 미안한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죠
마음을 고요히 비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심한 눈빛이 때로 상처가 되기도 하고
무심하다는 말이 마음에 얹히기도 하니까요
물속에서 물 머금으며 촉촉이 자라는
키다리 갈대는 꽃이 갈색이죠
산과 들 마른땅에 피어나는 억새는
갈대보다 키가 조금 작고
은색이나 하얀 꽃을 피우는데요
갈대처럼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답니다
청주라는 도시를 동과 서로 가르며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무심천에는
물억새들이 은백색으로 바람에 나부끼는데
햇빛을 받으면 밝은 은회색으로 빛나며
합창이라도 하듯이 눈부신 가을을 노래한답니다
갈대처럼 물가와 습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 물억새는
물터에 사는 억새라고 해요
물억새 줄기뿌리는 땅속으로 뻗어나가고
그 마디 여기저기에서
줄기가 하나씩 돋아난답니다
물억새 잎이 참억새 잎보다
조금 더 넓고 가장자리가 부드럽다고 해요
무심천변에서 바람에 하늘거리는
물억새 고운 사진을 보며
그래 맞아~갈대 잎은 줄기에서
바로 툭 아래로 떨어지는데
억새 잎은 위로 쑥쑥 자라다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피식 웃습니다
갈대와 억새 그리고 물억새
이름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어요
감성적인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하는
갈대와 억새와 물억새를 사랑하는 것이지
그들의 이름을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요
무심(無心)이란
마음을 허공처럼 비워내는 것인데
비운다는 그 마음까지도 없애야 한다니
텅 빈 마음 되기가 참 깊고도 어렵습니다
물속에서는 갈대가
물가에서는 물억새가
마른땅에서는 참억새가
무심히 바람에 나풀거립니다
그 곁을 스쳐 지나는
계절의 발걸음은 무심하더라도
내리쬐는 햇살 같은 사랑이
그대 곁에 늘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