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68 마음의 편지
도시락에 담긴 추억
주변에 솜씨 야무진
금손 친구님들이 몇 있습니다
하얀 꽃처럼 해맑은 얼굴에
빛깔과 선이 고운 한복 곱게 떨쳐 입고
날아갈 듯 감아올리는 춤 솜씨까지 단아한
그녀가 그리움으로 만들어 놓은 반찬들이
참 맛깔나 보입니다
김무침과 뱅어포 고추장 무침
한눈에 쏙 들어오는 도시락 반찬입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하고
추억이 고이고 그리움이 담긴
그녀의 반찬 세트를 보니
문득 어릴 적 도시락의 추억이 떠올라요
집안 살림에는 별 취미가 없고
음식 솜씨 그저 보통이시던 울 엄마가
반지르르 윤기 나는 까만 김을 구워
손으로 바삭바삭 잘게 부수고
참기름 아낌없이 넣어 간장에 무쳐
도시락에 넣어주시던 반찬이
바로 김무침이었겨든요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 뚜껑을 열자마자
고소한 참기름 냄새 풍기던 김무침과
밥 위에 올려져 있던 달걀 프라이가
문득 그립습니다
그때 나는 철부지 어린 소녀였고
울 엄마는 젊고 고우셨어요
김무침과 뱅어포 고추장 무침
하얀 꽃 닮은 그녀가 먹고 싶어 만든 반찬들에도
애틋한 추억과 그리움의 향기가 담겨 있네요
그녀의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반찬들인데
손이 많이 가 번거로운 것들이라
이 어려운 걸 왜 하시나 생각했다죠
새록새록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이제는 어머님 반찬을 많이 따라 만든답니다
야무지고 고운 그녀의 솜씨에는
지난해 하늘 여행 떠나신 어머님께
흐린 가을 하늘 보며 쓴
마음의 편지가 담긴 셈이죠
뱅어포 고추장 무침은 맛나 보이지만
왠지 어려워 보여 선뜻 마음먹기 쉽지 않으나
김무침은 울 엄마표 도시락 반찬으로
학생 시절에 많이 먹어봤으니
젊고 고우시던 울 엄마 솜씨 추억하며
나도 한번 만들어봐야겠어요
어리지 않으나 여전히 철부지인 내가
여전히 고우시지만 나이가 흠뻑 드신
울 엄마를 위해 김무침 한 접시에 도전해보려는
기특한 마음과는 달리 과연 맛은 어떨지
자신감 제로이니 씁쓸하고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