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3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커피 친구 마들렌

by eunring

마들렌~하고 부르면

눈빛 해맑고 볼 빨간 소녀가

입꼬리에 예쁜 미소 매달고

조르르 달려올 것만 같아요


노릇노릇 잘 구워진 마들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해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섬세함에

과하지 않은 단맛이 어우러져

기분까지 촉촉 말랑해지는 마들렌은

커피나 우유 차와 함께 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티 쿠키라는데요

작고 둥글고 부드럽게 구운

카스텔라의 일종이랍니다


18세기 중반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왁자지껄 마을 잔치가 열리던 날

페이스트리 준비를 맡은 어린 시녀가

가리비 모양을 닮은 예쁜 쿠키를 구워냈는데

쿠키의 맛에 감탄한 공작이 고마운 마음에

소녀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 소녀의 이름이 마들렌이었다는

이야기가 참 예쁘장해요


가리비 껍데기를 닮은 줄무늬가 나 있는

마들렌의 다른 면은 볼록하니 튀어나온

귀여운 배꼽 모양을 하고 있는데

잘못 구워내면 아뿔싸~

배꼽이 툭 터지면서 흘러나온 반죽을

마들렌의 눈물이라고 한다는

약간은 씁쓸한 사연도 있군요


향기나 냄새 덕분에

불쑥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답니다

과거에 맡았던 향기나 냄새에

자극을 받아 기억이 되살아나는 거니까

냄새가 기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자전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권 '스완의 집 쪽으로'에

동그스름하고 앙증맞은 마들렌이 등장해요


소설의 주인공 마르셀이

따뜻한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지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스르르 빠져드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어느 겨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감기에 걸린

나에게 어머니는 따뜻한 홍차와 함께

동그스름하고 앙증맞은 작은 케이크

세로로 홈이 파인 조개껍데기 모양의

예쁜 마들렌을 주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불안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을 적신 홍차 한 숟가락을

무심히 입에 머금었다

마들렌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미로운 기쁨이

덥석 나를 사로잡는 순간

기분 좋은 고립감이 뒤를 이었다

그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내 안을 채우면서

삶의 변화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까지도 전혀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마저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기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 주시던

마들렌 한 조각의 맛이었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으로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고

어린 시절에 방학을 보냈던 마을 콩브레와

그곳에 사는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타고 그려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속 마들렌은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죠


따뜻한 커피에 살짝 적신

마들렌을 입 베어 무는 순간

그리운 시간 속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없다고 해도

책장 어딘가에 무심히 꽂혀 있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꺼내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커피 한 잔과 그리고

사랑스러운 마들렌과 함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432 흔들리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