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94 단짠 인생
커피 친구 앙 휘낭시에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길다는
동지가 지나면 해가 뜨는 시간은 1분씩 빨라지고 해가 지는 시간은 1분씩 느려진다고 해요
하루에 2분씩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거죠
동지팥죽을 건너뛴 것이 아쉽고
한 해가 저무는 것이 쓸쓸하기도 해서
번거로워 생략한 팥죽 대신으로
팥 앙금이 들어간 앙 휘낭시에를 하나
커피 친구로 초대합니다
그냥 휘낭시에가 아니랍니다
앙 휘낭시에랍니다
팥앙금을 머금은 휘낭시에인 거죠
길쭉한 금괴 모양 닮은 빵을
휘낭시에라고 부르는데
겉은 꾸덕하고 쫀득쫀득
고소한 버터 풍미 듬뿍 품고 있는
속 빵은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담백한 팥앙금이 씹히는 순간
과하지 않은 단맛 끝에
톡 하니 짠맛이 느껴집니다
달콤 짠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단짠단짠의 조화가 사랑스러워요
어릴 적에는 철없이 꿈꾸고
젊어서는 부지런히 가꾸고
계절들이 쌓이듯 나이 들어서는
살살 다독이고 고쳐가며 사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쫀득하고 달고도 짭조름한
앙 휘낭시에 한 조각을 집어 듭니다
소란하게 내세우는 것보다
살며시 품어주는 사랑이 따스하듯이
인생도 그런 가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툭하니 짭조름 눈물 던져주면서도
한 조각 사랑스러운 디저트처럼
가끔은 달달한 미소 덤으로 건네며
어르고 달래주는 단짠 인생인 것이죠